데이터는 디지털 대전환의 핵심 자원이다.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활용 관련 법제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이하 데이터기본법)이 지난해 10월 19일 공포되고, 올해 4월 20일 시행될 예정이다. '산업 디지털 전환 촉진법'(이하 산업디지털법)도 지난달 28일 통과돼 7월 5일부터 시행된다. 두 법은 데이터 생산, 활용을 촉진하고 데이터산업의 진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서는 여러 차이가 있다.
우선 두 법은 데이터와 산업데이터 정의부터 다르다.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를 다양한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관찰, 실험, 조사, 수집 등으로 취득하거나 정보시스템 및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생성된 것으로써 광(光)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자료 또는 정보로 규정한다. 산업디지털법의 '산업데이터'는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생산·유통·소비 등 활동 과정에서 생성 또는 활용되는 것으로써 광 또는 전자적 방식으로 처리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자료 또는 정보로 정의된다.
데이터는 보유 주체에 따라 공공데이터와 민간데이터, 개인 식별성 여부에 따라 개인 데이터와 비개인 데이터로 나뉘고 이를 포괄하는 최상위 개념이다. 산업데이터는 제품 또는 서비스 개발 등 과정에서 생성, 활용된다는 점에서 민간데이터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데이터라는 범주의 구성 요소로 볼 수 있다.
정책 추진체계를 보면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 생산, 거래 및 활용 촉진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를 둔다. 간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지만 산업디지털법은 산업 디지털 전환 관련 주요 정책·계획 심의와 자문 등을 위해 산업부 장관 소속으로 산업 디지털 전환위원회를 두고 있다.
데이터 법적 보호와 관련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생산자가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와 노력으로 생성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데이터를 '데이터 자산'으로 명명한다. 데이터 자산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 취득·사용·공개하거나 이를 타인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금한다. 정당한 권한 없이 데이터 자산에 적용한 기술적 보호 조치를 회피·제거 또는 변경하는 행위 등 데이터 자산을 부정하게 사용해서 데이터생산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는 데이터에 대한 법적 보호 방안으로 부정경쟁 원리를 도입함으로써 데이터 소유권 논란에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디지털법은 산업데이터를 생성한 자는 해당 산업데이터를 활용해 사용·수익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해 '사용·수익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는 게 특징이다. 해당 규정에 따른 사용·수익권이 배타적 지배권인 물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단순히 데이터 사용, 수익에 따른 이익을 향유하려는 목적이므로 데이터기본법과 다른 취지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두 법은 특정 사업자를 범주화, 신고 의무를 도입하고 있다.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거래사업자와 데이터분석제공사업자에 대해 신고 의무를 부과한다. 데이터사업자 중 데이터 거래를 하거나 데이터 분석 제공을 하는 사업자는 데이터 생태계에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정부가 관리하면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는 의미다. 데이터거래사업자에는 데이터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업자, 데이터분석제공사업자에는 '마이데이터사업자'가 각각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디지털법은 '산업디지털전환 지원 전문회사'가 신고 대상으로 △산업데이터를 수집해서 타인에게 제공 △산업데이터 거래 행위 알선 및 알선을 위한 정보 수집·분석·제공 △산업데이터 활용을 위한 수집·이용·보관·가공 지원 △산업데이터를 사용·수익할 자를 대행해서 위탁·관리 지원 등을 하는 역할이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두 법 모두 신고는 보고적 신고로, 즉시 효력이 있다.
두 법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데이터기본법은 데이터를 안전하게 분석·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안심 구역 지정, 데이터 가치평가 도입, 데이터거래사 양성 등을 포함한다. 데이터거래사는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등록할 수 있다. 이는 데이터 거래에 관한 전문적인 상담·자문·지도 업무, 데이터 거래 중개·알선 등 데이터 거래 등을 지원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변호사, 변리사, 기술사, 석박사 학위 보유자 등이 일정 기간 경력이 있고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경우 데이터거래사 자격이 부여된다.
산업디지털법은 파급효과가 큰 디지털 전환 성공사례를 발굴해서 이를 확산하기 위해 선도사업을 선정하고 규제 개선과 행정·재정 지원을 제공한다.
두 법은 유사점도 다수 존재한다. 데이터 기본법상 표준계약서는 산업디지털법상 산업데이터 활용 계약 가이드라인과 유사한 역할이다. 표준화, 품질관리, 데이터플랫폼 구축, 기술개발, 인력양성, 세제지원, 국제협력 등과 관련해서도 두 법이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전체적으로 두 법은 데이터 거버넌스로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산업디지털전환위원회 신설,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데이터의 법적 보호 도입, 데이터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수단 마련이 골자다.
산업디지털법은 데이터기본법의 특별법 성격을 띠므로 산업데이터에 대해서는 이 법이 우선 적용된다. 법에 규정이 없는 사항에 대해 데이터기본법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데이터기본법과 산업디지털법은 세계 최초로 데이터로부터 다양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데이터산업 발전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향후 이 두 법이 데이터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인프라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기대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 dysylee@korea.ac.kr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고려대 법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미국 미네소타대 로스쿨을 거쳐 서울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제35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보통신부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2017년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2020년부터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을 맡고 있고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행정 현장 경험과 법, 정보통신기술(ICT), 데이터 분야 지식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