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반도체 팹리스 시제품 생산을 지원하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서비스를 당초 계획보다 20% 늘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증하는 반도체 제품 개발을 돕기 위해 추가 수요을 받을 계획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파운드리 업체들이 잇따라 MPW 할당량을 축소하거나 조정하는 가운데 내린 결정이라 주목된다.
DB하이텍은 올해 반도체 팹리스를 대상으로 제공할 MPW 서비스를 추가 제공한다. 수요가 급증한 BCD(바이폴라-CMOS-DMOS) 공정 요청을 확대해 받기로 했다. DB하이텍이 올해 계획한 MPW 서비스는 총 28회로 이중 20% 정도를 비정기적으로 추가 가동할 계획이다. 단순 MPW 횟수로 따지면 약 5회가 더 늘어난다. 지난해 전체 제공량과 비교하면 유사하거나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이 MPW 요청을 추가로 받는 건 늘어나는 팹리스 고객사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부터 팹리스의 MPW 수요가 급증했다. MPW는 한 장의 웨이퍼에 여러 반도체 제품을 제조하는 공정으로 신제품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하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팹리스의 MPW 추가 수요가 빗발쳐 비정기적인 MPW 일정을 추가로 받은 바 있다”면서 “올해도 팹리스 요구가 많아 20% 추가 라인을 확보하고 서비스 요청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이 팹리스 고객 동향을 파악한 결과 130~180나노의 BCD 공정을 활용하려는 MPW 수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추가 할당할 라인도 BCD 공정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BCD는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차량용 반도체뿐 아니라 전력 반도체 등 다양한 반도체 제조에 활용된다. 시스템반도체설계지원센터가 2022년 국내 팹리스 72개사 대상으로 MPW 수요 조사한 결과, DB하이텍를 이용하려는 팹리스는 전년 대비 2.5배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DB하이텍 결정은 이례적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파운드리 양산 라인이 풀가동 중인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MPW 라인을 추가 할당하기 때문이다. 다른 파운드리 업체들이 올해 MPW 라인을 축소하거나 일부 조정하는 상황인 만큼 쉽지 않은 결단이란 평가다. DB하이텍조차도 양산 라인은 2분기까지 마감됐다. 하반기도 라인을 풀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MPW 라인을 할당하는 건 최창식 DB하이텍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최근 파운드리 MPW가 팹리스와 상생 방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얼마나 많은 MPW를 제공하느냐가 상생 협력 척도로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팹리스 시제품 개발에 숨통이 트이기 때문이다. 최 부회장이 직접 팹리스 지원을 위해 MPW 강화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국내 최초로 파운드리사업에 진출한 DB하이텍은 지난 20년 동안 팹리스 성장을 위해 MPW를 꾸준히 확대해왔다”며 “올해도 MPW 사업 축소 없이 팹리스 시제품 개발을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