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자원안보' 다시 보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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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는 자원 고갈로 황폐해진 지구를 그렸다.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마저 부족해진 상황에서 인류는 달에서 해답을 찾으려 한다.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 달에 연구기지 '발해기지'를 만들고, 자원고갈 문제를 한 방에 해결할 연구성과를 모색한다. 드라마는 기초과학 후발국인 우리나라가 생존을 위해 분투하고, 선진국과 다국적 기업을 견제해야 하는 현실을 녹여 냈다.

세계적인 'E플레이션(에너지+인플레이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최근 우리나라 상황은 드라마 속 모습과 닮았다. 코로나19로 바닥을 쳤던 유가는 수요가 회복하면서 폭등하고 있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가파르게 치솟았다. 에너지 산업 비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력도매가격(SMP)'도 이달 ㎾h당 200원대를 넘어섰다. 2013년 이후 약 9년 만의 최고치다. 지난 1월에는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도 에너지 수입액 폭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E플레이션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유독 더 큰 타격을 받는다. 2020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2.8%다. 정부가 에너지전환 정책을 시작한 이래 소폭 하락하는 추세지만 여전히 90%를 넘는다. 재생에너지가 급속도로 확대되더라도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나라는 여전히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자원이 없는 우리 현실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는 시점에 '자원안보'의 중요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비단 에너지뿐만 아니라 4차 산업혁명 핵심 제품을 위한 원료를 확보하고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자원안보가 중요하다.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이끌어 가기 위한 원천은 희소자원이다. 특히 산업과 경제가 대전환하는 시점에 자원 부족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대선후보 가운데 자원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거나 자원안보에 주목하는 후보가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권 시절 '자원외교'의 실패로 선뜻 얘기를 꺼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원정책은 우리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할 과제다. 차기 정권이 국정과제를 만들면서 자원안보에도 주목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