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줌인]바이든, 강력 제재 시사...속타는 소부장 기업

첫 국정연설서 추가 제재 발표
소부장, 대금 결제 막혀 타격
나프타 수입 석유화학 직격탄
정부, 가이드라인 마련 시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국정연설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과 함께 러시아에 강력한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제재로 우리 기업의 수출과 현지생산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일부 소재·부품·장비 기업에서 이미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회의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자료: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매우 오산했다면서 자유세계가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항공기의 미국 영공 비행 금지 △러시아 재벌·지도자 금융 전담 태스크포스(TF) 구성 △러시아 집권층 요트·저택·전용비행기 압류 등 추가 제재 계획도 내놨다.

LG전자 러시아 공장. [자료:LG전자]
LG전자 러시아 공장. [자료:LG전자]

우리 기업은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명확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일부 소부장 기업에서는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우선 러시아 수출 물량에 따른 대금 결제가 가로막혀 고민이다. 러시아를 우회해 중국 등 공급망을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러시아에 직접 수출하는 소재업체는 지난달 28일 러시아로부터 송금이 전면 차단됐다고 전했다. 거래량이 많지 않아 타격이 크진 않지만 장기화에 대비해 다각적 해결 방안을 준비 중이다. 해당 업체 대표는 “중국을 통한 우회 결제나 물류 이동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를 러시아에 공급하는 국내 팹리스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부분 러시아 밖 전장업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대금 결제 문제의 직접적 영향권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태 장기화에 따른 환율 변동, 판매량 축소 등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자동차 전동화에 적극 투자하는 만큼 반도체뿐만 아니라 배터리 소부장 기업의 피해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나프타 가격이 급등한 데 이어 달러 통화 결제에서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보다 앞서 국제 나프타 선물 가격은 1일 기준 톤당 970.46달러로 전날 대비 12.64% 상승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3% 급등했다. 한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러시아에서 나프타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데 당장 스위프트 제재로 달러 통화 결제가 막히면서 계약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면서 “나프타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도 러시아 제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의 러시아 수주잔량액이 쇄빙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7조~8조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정유업계는 러시아 문제가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는 지난해 총 수입 대비 5.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 업계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평소와 같은 생산·서비스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미국 애플이 자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현지 판매를 중단했지만 한국 기업은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내려지지 않아 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휴대폰과 가전 등 분야에서 각각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로서는 수십년 동안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시장 공략을 위해 들인 공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완성차·부품 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말 현대차 러시아 공장 생산량에 비춰볼 때 현대차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비해 어느 정도 재고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공급 차질이 심화되면 결국 버티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