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신라의 사외이사진 개편을 놓고 의결권 자문사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새 후보진이 회사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전원 교체하는 쇄신을 택한 호텔신라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호텔신라 김현웅 후보 사외이사·감사위원 신규 선임안과 진정구 후보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혔다. 두 후보 모두 호텔신라 또는 지배주주 관련 소송 대리를 한 이력이 있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김현웅 후보의 경우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현재 법무법인 바른 대표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동화면세점 주식 매도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호텔신라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을 상대로 2017년부터 진행 중인 주식매매대금청구 소송에서 호텔신라를 대리하고 있다. 해당 소송은 2심 결과에 불복한 호텔신라 상고로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태다.
또 바른은 호텔신라가 HDC와 합작 설립한 HDC신라면세점의 이길한 전 대표 명품시계 밀수사건 형사재판에서 HDC신라면세점을 대리했고, 김 후보도 담당 변호사로 참여한 적 있다.
CGCG는 “최근 3년 내 해당 회사 또는 모·자회사, 지배주주 일가와 법률대리 또는 자문계약을 체결한 경우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김현웅 후보에 대해 독립성 부족 우려를 이유로 반대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CGCG는 같은 이유로 진정구 후보 사외이사 신규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진 후보는 국회 입법차장 출신으로, 현재는 법무법인 광장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광장은 지난해 회사 지배주주 일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를 맡은 바 있다.
호텔신라 사외이사 신규 후보에 오른 3명 중 2명에 대해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가 이어지며 새로운 이사회 진용을 꾸리는데 부담이 커졌다. 호텔신라는 기존 사외이사 멤버 중 오영호 사외이사가 별세로 중도퇴임하고 정진호 사외이사와 문재우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면서 사외이사진 개편을 추진했다.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을 반영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우려 요소다. 국민연금의 호텔신라 지분은 지난해 말 기준 8.58%로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은 작년 주총에서도 이사진 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하며 제동을 걸은 바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하더라도 호텔신라의 삼성그룹 지배지분은 17.1%로 부결 가능성은 낮다. 다만 낮은 찬성률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감시와 견제라는 사외이사 선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주주총회 전 주주에게 잘 설명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