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가 지진 여파로 공장이 멈춰 서는 등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 르네사스에 이어 세계 최대 파운드리인 TSMC도 지진으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한번 멈추면 재가동에 상당한 비용이 드는 반도체 생산라인 특성 상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23일 대만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6.6 지진으로 TSMC 생산라인 일부가 가동 중단됐다. TSMC는 이날 지진 발생 후 대부분 반도체 공장(팹)이 자동 중단됐고 일부 직원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직원 대부분은 곧 생산라인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공장 운영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밝혔지만 정확한 피해 현황은 조사가 끝나야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3위 파운드리인 UMC도 지진으로 공장이 멈췄다. UMC는 “일부 장비에서 보호 셧다운 기능이 작동, 재가동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1분기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장을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지만 피해를 무시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반도체 공장은 잠깐이라도 멈추면 라인에 투입된 웨이퍼와 소재를 폐기해야 한다. 지난해 TSMC 공장이 정전으로 6시간 가동 중단됐을 때 약 3만개 웨이퍼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금액은 10억대만달러(약 400억원)로 추산됐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웨이퍼 피해도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만 D램 제조업체이자 소규모 파운드리인 파워칩세미컨덕터는 지진으로 인해 2~3시간의 생산 손실이 있었다고 밝혔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향후 생산 조정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지진 등 자연재해 '리스크'로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7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르네사스 공장이 가동 중단된 바 있다. 생산 능력을 복구하는데 수일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반도체는 반도체 공급 부족 대표 품목인 만큼 르네사스 공장 가동 중단이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더불어 반도체 공급망이 위기인 상황에서 지진으로 인한 피해까지 가중되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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