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업의 목소리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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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인 2017년 6월. 갓 취임해서 미국 순방 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이 수행 기업인과 만난 자리에서 '친기업' 얘기를 꺼냈다. 당시 문 대통령의 노동 분야 변호사 이력을 두고 경제계 일각에서 '친노동' 우려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친노동이 맞다면서도 기업의 고문변호사를 오래 했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친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기업과 노동 두 테마 모두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치우칠 사안은 아니다. 다만 한 나라의 대통령을 향해 친노동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자신은 친기업이라고 설명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안타까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새 정부 출범 초기에 여러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는 탓으로 벌어진 일이다.

아쉽게도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경제정책과 관련해서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은 편이었다. 출범 초기에 소득 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 등 세 가지 핵심 정책을 천명했으나 혁신 성장보다 나머지 두 테마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지난 정권에서 일어난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 속에서 자의든 타의든 전력이 있던 대기업들은 이래저래 눈치를 봐야 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새해를 맞은 2018년을 비롯해 경제계가 주최하는 신년 인사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이 매년 자리하던 행사다. 그 대신 첫 신년에는 청와대 행사로 갈음했다. 그나마 2019년부터는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를 찾아 경제계와 신년 인사를 했으나 이미 '재계 패싱' 논란이 불거진 뒤였다.

이제 문 대통령을 이을 새 대통령이 정해졌고, 5월 초 취임과 함께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대통령이 기업의 목소리를 얼마나 경청하고 들은 바를 실행에 옮길지 경제계가 주시한다.

첫 물꼬는 텄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1일 경제 6단체장을 만났다. 당선인은 “언제든지 전화하시라”며 기업인과의 소통을 위한 핫라인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현 정부를 겨냥한 듯 “(기업에) 모래주머니 달고 메달을 따 오라 했다”며 상식에 맞춰 바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귀에 쏙 들어올 만한 어록이지만 마냥 기대할 수는 없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기업 목소리를 가볍게 듣겠다고 한 적은 없다. 문 대통령도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 구축에 힘쓰겠다”며 기업 활동 지원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러나 정부 초기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제 도입에서부터 최근의 중대재해처벌법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된 경우는 많지 않다.

윤 당선인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 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취임하기도 전에 여러 정치 이슈가 돌출하는 상황이다. 취임 후에는 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복잡다단한 이슈에 묻혀서 기업 목소리 듣기를 등한시하거나 과거처럼 기업을 정권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수단으로 여겨서도 안 된다.

당선인이 경제 단체장 회동 자리에서 밝혔던 기업인과의 소통 의지를 임기 5년 내내 이어 가길 바란다. 이것이 곧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지친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새 정부가 확실한 성과를 남기는 길이다.

[데스크라인]기업의 목소리

이호준 전자모빌리티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