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차기 로봇 플랫폼을 공동 개발한다. 기존 로봇을 활용한 사업 분야 발굴을 넘어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
현동진 현대차 연구개발본부 로보틱스랩장 상무는 2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스팟' '스트레치'에 이어 상용화할 로봇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며 “인력 교류와 지식재산권(IP)을 공유하는 등 연구개발(R&D)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날 주총에서 로보틱스 사업 설명회를 함께 진행했다. 현대차는 주주들의 관심이 높은 사업 이해도를 높이는 목적으로 사전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로보틱스'를 주제로 선정했다.
현대차는 관계사와 함께 지난해 6월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재까지 사족보행로봇 '스팟', 물류로봇 '스트레치', 이족보행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세 가지를 개발했다. 스팟과 스트레치는 이미 상용 판매를 시작했으며 아틀라스는 인간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선행 R&D 단계다.
현 상무는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로봇에 대한 구체적인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상용화 시점은 2023~2024년으로 예상된다.
현대차 로보틱스랩은 자체적으로 로봇 개발도 이어간다. 이날 로봇 기술을 활용한 전기차 충전 로봇 테스트 영상도 공개했다. 센서를 통해 전기차 충전구를 확인해 충전 케이블을 자동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향후 현대차그룹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E-pit)에 도입될 전망이다.
현 상무는 현대차가 확보한 다양한 로봇 기술을 발표했다. 카메라와 열화상 카메라(비식별용·야간용)로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는 비전 인공지능(AI) 기술을 소개했다. 다양한 객체를 추출해 인지하고 사람 동작을 분석하는 기술을 내재화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관련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개발에 협력하고 물류·배달, 산업, 의료, 콘텐츠 등 로봇 활용 서비스 분야 발굴에도 협력할 방침이다.
기존 현대차 사업과 로보틱스 사업 사이에 시너지를 내는 방안도 모색한다. 현 상무는 “로보틱스 기술을 자동차, UAM과 공용화가 가능한 기술”이라며 “미래 자동차를 포함한 다양한 모빌리티에 적용 가능하고 로봇과 데이터를 함께 축적해 기술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주총에서 정의선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하언태 사장 퇴임으로 비었던 사내이사 두 자리에는 박정국 연구개발본부장 사장, 이동석 국내생산담당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엘리엇 사태 때 합류한 윤치원 에코넥스 회장,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오유진 전 캐피탈 인터내셔널 파트너를 재선임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반도체 수습 불안이 지속되고 있으나 연간 필요 물량 발주를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대체재를 찾는 등 수급 안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유연생산을 통해 대기수요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