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이오 투자 심리가 풀릴 줄 모른다. 미국 금리 인상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 불안정한 대외 여건에다 오스템임플란트 횡령 이슈, 신라젠 상장폐지 같은 산업 악재도 연이어 터지면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 K-바이오 성장 모멘텀이 됐던 코로나19 팬데믹도 기대에 부응하는 치료제·백신 개발 성과로 돌아오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꺼졌다. 메지온 신약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도 불발됐다. 시장 관심이 높았던 임상 파이프라인들의 기대 이하 임상 결과 발표도 겹쳤다.
올해 상장에 도전했던 노을, 애드바이오텍은 공모가가 희망 밴드보다 낮게 결정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2조원에 달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유니콘 특례 상장 1호에 도전했던 신약 개발 바이오기업 보로노이는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제약·바이오 업종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면서 상장을 앞둔 기업도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받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주가치 훼손으로 화난 소액주주들의 분노도 극대화됐다. 회사 주식담당자들은 소액주주들의 항의 전화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는 개인주주 비중이 높은 데다 과거보다 주주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고 주주 소통도 활발해지면서 집단행동 사례도 늘고 있다. 기업도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무상증자 등 주주환원 정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으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소액주주연합으로부터 자사주 소각과 재매입, 소액주주가 선출한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무상증자 등을 요구받은 랩지노믹스는 200% 무상증자와 자사주 소각을 단행했다. 셀트리온은 지난주 주총에서 한 소액주주의 고통 분담 요구에 화답해 기우성 대표이사 부회장이 일정 수준으로 주가가 회복되기 전까지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헬릭스미스는 31일 주총에서 소액주주들과 이사 구성 분쟁이 예고됐다. 한올바이오파마, 휴온스글로벌, 휴마시스 등도 최근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바이오산업은 꿈을 먹고 산다. 현재보다는 미래 성장 잠재력을 기대하는 분야다. 주주환원 정책으로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얼어붙은 투자 심리를 녹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펀더멘털이다. 말보다는 실적으로 증명할 때가 됐다. 신약 개발, 기술 수출과 마일스톤 수령, 실적 회복,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결과 등 가시적 성과가 필요하다.
올해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등이 FDA 허가 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메드팩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은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달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미국암학회(AACR)를 시작으로 학회와 행사 개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지연된 임상시험이 재개되고 멈춰 있던 현장 실사와 기술 이전을 위한 대면 협의도 시작되면서 K-바이오 산업에 모멘텀이 될 희소식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