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 러시아의 용병회사 '와그너 그룹' 소속 병력 1000여 명이 투입되면서 전쟁 범죄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해외 분쟁지역에서 약탈과 민간인 공격 등으로 악명이 높지만, 실체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와그너 그룹에 대해 보도했다.
유엔 조사단과 인권단체는 와그너 군대가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대량 학살을 했으며 분쟁지역의 사유 재산을 약탈했다고 밝혔다.
와그너 그룹은 체첸전에 참전한 러시아 특수부대 지휘관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설립했다. 우트킨은 나치와 관련된 문신을 하는 등 네오나치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그너(Wagner)'라는 명칭도 우트킨이 좋아하는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에서 따왔다. 바그너는 나치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가장 즐겨 들었던 음악가였다.
다만 와그너 그룹의 소유주로서 실제 자금을 대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으로 알려졌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는 업체를 소유하고 있어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다.
앞서 영국 국방부는 “와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1000명이 넘는 용병을 배치했으며 전투 작전을 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러시아가 아프리카와 시리아에서의 작전 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우크라이나에 와그너그룹 조직원들을 우선적으로 동원하는 처지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와그너 그룹이 러시아군의 전력손실을 보강하고 전투 일선에 나서는 대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푸틴 정부는 용병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와그너 그룹의 활동이 처음 알려진 것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 과정에서였다. 이후 이들은 시리아,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지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혔다.
와그너 그룹은 현지 고용주의 요구에 따라 전투 외에도 석유나 광물 등 채취시설 확보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와그너 그룹은 민간인을 공격할 뿐 아니라 처형과 약탈 등의 전쟁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보고서에 따르면 와그너 그룹은 지난 2020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트럭을 포격해 민간인 3명을 살해했다. 또 이슬람 사원 공격으로 최소 6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 밖에도 민가에 들어가 각종 물건들을 약탈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