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업계가 인공지능(AI)과 양자기술을 기반으로 신소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자 경험에 의존한 연구개발(R&D)에 첨단기술을 접목하면서 개발 기간 단축, 품질 강화, 탄소중립 실현까지 기대하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일본의 주요 화학기업이 신소재 개발에 '머티리얼스 인포매틱스'(MI)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소재 개발 때 정보기술(IT)로 효율화하는 기술이다. 일본제온과 산업기술종합연구소는 최근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 및 반도체 메모리 소재 분야에서 탄소나노튜브(CNT) 성능을 예측하는 데 AI를 투입했다. CNT는 미세한 크기인 데다 박막에 올리면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구조를 예상하기 어렵다.
산기연 등은 길이나 구조가 서로 다른 CNT 박막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해서 AI를 학습시켰다. 여기에 AI가 영상, 전도성 등 관련 데이터를 함께 익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AI가 2~3종의 CNT를 특정 비율로 조합한 박막 구조와 성능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AI 학습에 사용한 17개 박막의 전도율 예측 정밀도는 99.9%로 나타났다. 그 이외 대상에서는 85%를 기록했다.
아사히카세이, 미쓰비시케미칼, 미쓰이화학, 스미토모화학 등은 소재 성능을 AI로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X선 등으로 조사한 소재 구조 등 측정 데이터와 고유 강도 등을 학습시켜서 결과를 산출한다. 스미토모화학은 관련 소재 개발 시간을 기존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단축했다.
양자기술을 소재 개발 단계에서 활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미쓰비시케미칼은 게이오대의 IBM 양자 컴퓨터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상태를 시뮬레이션했다. 미쓰이화학과 도호쿠대 스타트업 등은 최적의 소재 조합을 효율적으로 탐색 가능한 '양자 어닐링'을 MI에 응용한다.
닛케이는 현재 세계 각국이 MI 기술 확보를 위해 잇달아 장기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R&D 효율을 극대화하는 MI가 차세대 산업기술 주도권을 좌우할 중요 테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6년까지 개발 기간 반감 등을 위해 5억달러(약 6090억원)를 투입했다. 중국은 2016년부터 5년간 3억위안(약 574억원)을 책정했다. 한국은 2015년부터 10년 단위의 장기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