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이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겠지만 내각 인선도 마무리되면서 진용이 갖춰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도 취임식 전 국정과제 발표와 함께 마무리된다. 5월 10일 국회에서 열리는 취임식 행사에는 새 정부를 축하하는 외교사절단의 발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려한 축하 속에서 탄생하지만 새 정부 앞에는 '불안한 경제'란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물가가 8.5% 오르면서 1981년 이래 가장 빠른 상승 속도를 기록했다. 41년 만의 최대 상승 속도이다. 물가 상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물가가 지난달 가파르게 오른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공급망 붕괴 등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가 공급망 위기를 악화시켰다. 여기에 미국의 임금 상승, 구인난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을 불러들였다.
인플레이션은 현재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특히 높았지만 주요국들의 물가 상황도 불안하다. 지난달 독일(7.6%), 영국(6.2%), 프랑스(5.1%), 캐나다(5.7%), 한국(4.1%) 등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신흥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나라는 스리랑카다. 스리랑카 정부는 최근 성명을 통해 대외 부채를 일시적으로 상환하지 않겠다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1948년 독립 이래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스리랑카는 외화 부족으로 연료, 식품, 의약품 등 필수품의 수입에 차질을 빚으면서 민생경제가 파탄 상황에 이르렀다. 반정부 시위로 대통령 집무실마저 시위대가 점거한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위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데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외신기자와의 간담회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성장률은 전망치보다 낮고 물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게 전망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주요 기관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3%대 성장을 전망하고 있지만 대외적인 악재에 따른 경제 피로도가 누적되면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가 오르면 새 정부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민생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까지 투입되면 나라 살림은 물론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촉발해서 시장경제 위축과 경제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정권 교체기를 앞둔 1997년 말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받았다. 경제 위기의 고통은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에 비해 결코 약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장관인사 코드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여러 잡음이 들린다. '서육남'(서울대 육십대 남자)과 'KS'(경기고·서울대)가 대세가 된 데 따른 반발이다. 지역이나 여성 안배보다 실력으로 검증된 인재를 쓰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담긴 결과다.
'인사가 만사'라고 하지만 인사는 일을 시작하는 첫 단추일 뿐이다. 새 정부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경제 안정이다. 세계 경제는 계속해서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를 감지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 경제 상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현 정부와의 정책 조화도 중요하다.
국회도 새 정부를 도와야 한다. 국회 의석을 173석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 낙마를 무기로 칼을 휘두르기보다 새 정부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제 여당이 될 국민의힘 역시 대립보다는 민주당과의 협치를 끌어내야 한다. 민심은 정치권 싸움에서 오는 게 아니라 안정된 경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모두 명심해야 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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