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내방객은 급감했고 매출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한 휴대폰 판매점주의 말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말미암은 시장 위축도 버텼다. 잊지 않고 찾아준 고객을 성심성의로 응대하고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며 단골로 만들었다. 최저 가격은 아니지만 믿고 살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도 탔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변했다. 소비자는 비대면을 선호하고, 변방으로 여겨졌던 알뜰폰 또한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불법 영업을 자행하는 이른바 '성지'는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다. 일선 판매점이 성실하게 합법적 영업에 최선을 다해도 스폿성으로 등장하는 '공짜폰' 한 번에 시장 전체가 들썩이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등장한 갤럭시S22 시리즈 '0원폰'에 대해 “번호이동 숫자가 많지 않은 만큼 시장 과열이 아니다”라고 했다. 극소수의 '성지점'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으로, 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 기준이 과거에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번호이동 숫자는 적지만 기기 변경에도 상당한 규모의 불법 지원금이 투입됐다. 온라인 채널을 활용해 지역별 시장 안정화를 회피하는 다양한 치팅(꼼수) 영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 무엇보다 '극소수'지만 일부 성지점으로의 고객 쏠림 현상은 성실하게 영업하는 일선 대리점·판매점의 박탈감과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변화된 시장 환경에 맞춰 규제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이용자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활용하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위반하는 온라인 성지점에 대한 더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이통사와 대리점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끊고, 위법 행위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엄정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시장 안정화 정책과 단속 방식도 과감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 생존 위기에 처한 휴대폰 유통망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재기하고 상생할 수 있는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이통시장 대면 서비스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접점으로서 유통망의 역할 제고가 필요하다.
시행 8년 차를 맞은 단통법도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단순 '폐지'라는 주장은 답이 될 수 없다. 이용자 후생 확대와 차별 해소라는 입법 취지에 맞춰 온·오프라인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세부적 법 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