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국가전략기술 초격차 연구개발(R&D)'은 민간 주도로 실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민간 전문가(PM)에게 범부처 임무지향형 R&D 프로젝트 기획 전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프로젝트 자체도 민·관이 공동 참여해서 성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기존 정부 중심의 R&D 전략 기획에서 탈피, 시장 주도형 R&D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경쟁 체제를 감안해 산업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국가 R&D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간 참여 확대로 산업계 현장에서 부족한 기술 개발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기업과 학계 등 민간 참여로 정부 주도가 아니라 산업을 주도하는 사람이 R&D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서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읽을 수 있는 R&D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계가 요구한 신속한 지원 정책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기술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른 산업에서는 R&D 예비타당성조사 등 지원 과정이 너무 느려서 시장 실기(失期) 우려를 제기해 왔다. 새 정부에서 예타 조사 기간 단축과 R&D 사업 시행 가운데 기술 환경 변화를 고려한 사업 계획 변경 등을 허용한 만큼 시장 변화에 더욱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R&D 전략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반도체 생산 거점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 투자의 세액 공제를 확대해 국가 전략 기술의 생산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안으로 떠오른 공급망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 등 산업 선순환 구조도 생산 인프라 투자가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반도체, 배터리, 백신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등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 대상 산업을 확대해 기업의 투자를 견인하는 것도 과제로 꼽혔다. 인수위가 '국가전략기술 후보(안)'에 기존 국가핵심전략 산업에 더해 디스플레이, 수소, 우주·항공, 인공지능(AI)·모빌리티 등 산업을 추가 제시한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란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들 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 경쟁력 확보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의 '디지털 국가 전략' 또한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 강화에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네트워크인 6G와 AI는 자체 산업뿐만 아니라 타 산업 간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가 단행되면 더욱 견고한 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