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웹결제 아웃링크를 금지한 플레이스토어 새 결제정책을 발표하며 세계 최초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제도 연착륙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했지만 방송통신위원회와 구글 간 특정 결제방식 문구에 대한 해석 차이가 있다.
방통위가 아웃링크를 금지한 구글 플레이스토어 정책이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가운데 행정소송 등으로 공방이 격화될지, 법률 준수 등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정 결제방식 강제' 해석 차이 존재
구글은 이달 1일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자체 결제인 '인앱결제' 이외 제3자 결제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웹결제 등 외부 결제로 연결되는 아웃링크 서비스는 금지하도록 명시했다.
아웃링크를 제공할 경우 앱은 시스템 업데이트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으며 6월 1일부터 플레이스토어에서 삭제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경고했다. 제3자 결제시스템이라는 결제방식을 도입, 특정 결제방식 이용 강제를 금지하는 개정법 위반을 피하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시스템 모두 인앱결제로 웹결제 등 앱 내 아웃링크를 금지하는 행위는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인앱결제와 제3자 결제시스템 서비스 제공 주체는 다르지만 앱 내에서만 결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고 앱마켓 업데이트 승인을 받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앱마켓 사업자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기본 방침 아래 구글과 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위반했다고 인지하거나 신고가 들어올 경우 실태점검으로 위반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법률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 사실조사로 전환, 거래상 지위·강제성·부당성을 종합 고려해 법률 위반 및 제재 여부를 확정한다.
특히 구글이 채택한 앱 내 아웃링크로 웹결제가 이뤄지는 앱 업데이트를 제한하거나 삭제하는 경우 역시 금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지난 20일 도입된 사실조사 자료·물건 재제출명령에 따라 두 차례 이상 자료 제출 불응 시 이행강제금을 부여하는 등 적극 조사에 임할 계획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은 사후규제로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선제적으로 시정조치나 처분을 내릴 수 없다”면서도 “법률 위반 사례가 나타나기 전에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에 법·제도 마련 취지와 금지행위에 대해 충분히 인지시키고 국내법을 준수하도록 지속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웃링크 금지에 수수료 인상 역효과
앱 개발·서비스사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 시행 이후 웹결제를 위한 아웃링크는 금지되고 수수료만 오른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구글이 인앱결제 수수료를 30%로 책정한 데다 제3자 결제시스템 방식 수수료도 26%를 책정, 카드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30% 수수료를 일괄 인상 적용하는 효과라고 지적했다.
반면에 구글 사례처럼 웹결제 아웃링크는 공식적으로 금지됐고 앱마켓 정책상 앱 내 웹결제 안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 기업이 수수료 인상분을 직접 부담하거나 소비자에 전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수수료 인상을 이유로 웨이브·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플로·네이버 바이브 등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앱결제 요금을 인상했다. 웹결제 요금은 동일하지만 모바일 앱 이용 고객에는 앱내에서 직접적으로 해당 사실을 고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관계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앱마켓 정책과 규칙은 전적으로 사업자가 정할 몫이지만, 요금제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이 법을 우회하는 꼼수를 택한 상황에서 방통위가 합리적 조치로 국내 기업과 서비스 이용자인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며 “이번엔 30% 인상으로 그쳤지만 앱마켓이 인앱결제 정책을 고수할 경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앱마켓, 인앱결제 강제금지 실효 관망?
구글이 아웃링크를 금지하고 제3자 결제시스템 도입만 허용한 것은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을 우회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 시험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윌슨 화이트 구글 공공정책 부문 총괄은 한상혁 방통위원장과 면담을 요청하고 구글이 한국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개정법 준수를 위해 방통위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른 글로벌 앱마켓 사업자 애플은 국내법을 준수한다는 원론적 입장 아래 구글과 동일한 제3자 결제시스템 도입을 시사했지만 구글 대응을 관망하는 모양새다. 구글 정책과 방통위 대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사에 유리한 결제방식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방통위 사후규제에 따라 구글과 애플이 행정소송을 불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앱마켓 사업자가 아웃링크를 이용한 앱 업데이트를 금지하거나 앱마켓에서 앱을 삭제할 경우 방통위가 실태점검과 사실조사에 착수, 양측이 강대강으로 맞붙을 가능성이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법률은 최소한의 내용을 규정하는 게 원칙으로 인앱결제 이외 결제방식 도입을 주문한 법 개정 취지를 살펴 기업에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방통위는 향후 법·시행령 운영에 따라 발생하는 모호한 상황이나 문제점 등을 확인, 법 취지에 맞게 규제가 작동되도록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부가통신사업자 서비스 안정화법 역시 운영 첫해 필요한 기술 조치와 수단 등에 대한 사업자 간 이견, 미국 정부의 문의, 법 해석 여지 존재 등 일부 갈등 소지가 나타났다.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해관계자·전문가와 논의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 제도를 안착시켰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