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신구 정권 힘 겨루기로 확전됐다.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가진 문재인 대통령은 검수완박 관련 중재안에 찬성 입장을 내비친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헌법 가치를 강조하며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계획대로라면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마지막 시점은 문 대통령 주재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 5월 3일 이전이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동원 가능성을 감안해 이번 주 중에 본회의를 개최해야 하고, 다시 추가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표결처리해야 한다.
26일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회동과 관련 “추가 합의 같은 것은 전혀 없다. 기존 합의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음을 전했고 국회의장에게는 법사위 심사를 거쳐 27일 반드시 본회의를 소집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의장과 원내대표가 직접 서명한 지 나흘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시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이 유감”이라며 중재안에 대한 국민의힘 태도 변화에 불만을 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왜 재논의를 요청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며 “(민주당이) 본회의를 요청했는데 본회의 개최 여부는 아직 의장이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검수완박 논란은 민주당의 '중재안 처리'와 국민의힘의 '중재안 재논의'라는 마이웨이 방침 맞대결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를 둘러싼 갈등은 이젠 국회를 넘어 문 정권과 윤 정권의 파워게임 의미로 커졌다. 검수완박 관련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의중이 드러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국정 향방도 결정될 전망이다.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윤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청문회와 함께 의회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된다. 여소야대 정국을 뚫고가야 하는 입장에서 시작부터 국정 탄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반면, 국민의힘이 이를 방어할 경우 윤 당선인 특유의 강행 돌파 스타일이 더욱 힘을 받게 된다.
현재 상황은 민주당에게 유리하다.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에도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중재안은 재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최초 합의를 번복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를 번복한 만큼 단독 처리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있다는 분위기다.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합의가 안될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전체회의로 올리고 바로 의결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검수완박의 최종 통과 여부는 박 의장에게 달려있다. 민주당의 요청대로 27일 본회의가 열리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더라도, 직후 다시 본회의를 개최해 통과시킬 수 있다. 박 의장은 27일 본회의 소집 여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