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가 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가 급증하고 있지만 조선업계가 불황에 인원을 줄이면서 선박 건조에 투입할 기술자가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한국 법무부가 최근 특정 기능을 가진 인재를 대상으로 발급하는 '특정활동비자' 지침 개정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조선 건조에 필요한 용접, 도장 인력 인원 제한을 완화, 기존 대비 약 5배 많은 4400명을 상한으로 정했다고 덧붙였다.
닛케이는 정부가 특정 업계에서 수천명 규모로 비자 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밀려드는 수주 증가에 대응하기 어려운 현재 인력 체계를 핵심 배경으로 꼽았다. 한국은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2~4위에 올라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20년 대비 갑절 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같은 해 선박 수주 규모는 439억달러(약 56조원)로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대비 2.3배,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대비 93% 상승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전체 수요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LNG 운반선은 지난 1분기 연간 수주 절반에 달하는 37척이 몰렸다. 각사 조선소 도크에는 2024년 건조분까지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한국 조선업계가 빨라진 수주 속도와 맞춰 인재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선 건조는 선내 설비 조립 등 자동화가 어려운 공정이 많아 일정한 노동력 확보가 필요하다.
한국 조선업계는 불황기로 꼽힌 2010년대 중반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약 20만명이었던 노동자는 작년 약 9만명 수준으로 급갑했다. 지난 7년간 54% 감소했다.
닛케이는 한국에서 반도체, 인터넷, 게임 등 고수익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급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조선을 꺼리는데다 조선소가 수도권에서 먼 남동부에 집중돼 젊은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닛케이는 최근 중국 조선업계가 LNG선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중국 기업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인재난을 극복하고 수주 규모를 꾸준히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