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국내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강화한다.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골자로 한 인텔의 '종합반도체기업(IDM) 2.0' 비전의 핵심 축인 공급망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주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도 돕는다.
스티브 롱 인텔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지역 총괄 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인텔은 한국 반도체 관련 기업(플레이어)들에 전략적으로 투자를 할 계획”이라면서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파트너와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투자 시점과 방식, 규모는 논의 중이다. 소부장 기업과의 제품 공동 개발과 인텔 반도체 공장 우선 도입 등이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롱 APJ 총괄 대표는 지난해 12월 APJ 지역 총괄로 선임된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방한 기간 중 고객사 외 인텔 반도체 공급망 관리팀과 만났다. 롱 대표의 행보는 인텔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해 한국 기업과 협력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이미 공장 증설을 위해 국산 반도체 장비 다수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텔의 투자 확대에 따라 국내 소부장 기업과의 추가 협업도 예상된다.
인텔 투자는 반도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텔의 차세대 성장 동력인 △클라우드 △연결(5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엣지 컴퓨팅 △인공지능(AI) 투자도 확대한다. 분야별 고객사 기술 지원 역량을 확대하고 개발자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조치가 이어질 예정이다. 고객사 뿐 아니라 협력사 지원 방식을 체계화하는 것이 롱 APJ 총괄 대표의 목표다.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협력사가 인텔과 함께 세계 시장에 진출, 사업 저변을 넓히도록 지원한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가 한국 투자 유치를 적극 이끌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롱 대표는 “인텔코리아에서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한국 투자 속도를 높여 달라는 것”이라며 “더 빠르게 투자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한국 투자 계획을 확정, 이른 시일 내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롱 APJ 총괄 대표는 아태지역 인텔의 연평균 성장률을 다른 지역 대비 2배 높게 잡았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성장을 견인할 첨단 기술 테스트베드라는 것이 롱 APJ 총괄 대표 설명이다. 그는 “3년 전 인텔은 KT와 함께 5G를 세계적으로 선보인 바 있다”면서 “한국에서 신기술을 도입하면 다른 국가가 따라 오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그래픽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면서 “인텔이 그래픽 시장 점유율이 낮은 만큼 앞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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