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Categories). 그리스어 카테고리아(Kategoria)에서 왔다고 한다. 우리에게 일상어인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로 거슬러 간다. 그의 저작물 가운데 하나인 '오르가논'에 따르면 이것은 가장 근본적이고 일반적인 기본 개념, 즉 '-이다'를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엔 실체, 양, 질, 관계, 장소, 시간, 상황, 조건, 행위, 열망이 있다. 어쩌면 아리스토텔레스에게는 나름의 정체성을 띠는 범주를 구분하는 것이 세상을 보는 첫걸음이었는가 보다.
혁신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 어떤 것은 달라 보이지만 동일한 범주이기도 하고, 어떤 것은 그 반대다. 우리는 이 범주에 우리를 가둔다. 하지만 이것에 문제는 없다.
우리는 이렇게 함으로써 효과적으로 판단하고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양과 질이 모두 중요하지만 둘을 비교하더라도 결론을 낼 수 없는 것처럼 두 개의 전혀 다른 것을 비교할 도리는 없다.
그리고 이건 혁신을 다루는 우리 생각의 흔한 함정이 된다. 때는 2010년 1월이다. 이즈음 애플은 아이패드라 이름 붙인 뭔가를 공개한다. 지금이야 이 걸작을 논할 자가 없겠으나 당시만 해도 의견이 분분했다. 누군가는 “하품이 나온다”고 표현했고, “진정으로 마법적이고 혁명적인” 신제품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런데 이들 조소의 한 구석에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다들 '이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라고 묻고 있었다. 누군가는 “이게 뭐냔 말이죠. 큰 아이폰인가요. 아이폰 앱, 아이튠즈, 아이북스, 인터넷이 되고 거기다 아이패드용 앱이 덧대어진 이게 도대체 뭔가요”라고 했다.
“499~829달러란 가격 말이죠. 이 가격이면 저렴한 넷북, 심지어 저가형 맥북에 맞먹어요. 아니면 아마존 킨들이나 전자책(e-리더)과 경쟁제품인가요”라고도 했다.
이 혼란은 업계에 꽤 알려진 누군가의 푸념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이 아이패드란 물건을 우선 e-리더란 카테고리에 넣는다. 그리고 세 가지 이해하지 못할 구석이 있다고 평한다. 첫째 고객은 저렴한 가격에 콘텐츠를 원하는데 이 온갖 기능이 뭔 소용이냐고 묻는다. 즉 소비자의 필요는 한참 넘겼다고 봤다.
둘째는 왜 이런 어정쩡한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셋째는 제 시장 깎아 먹기를 하느냐는 것이었다. 아이폰과 맥북 라인 사이에 끼길 바라겠지만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심지어 경쟁 기업조차도 그리 판단했던 듯싶다. 그해 여름 무렵 한 광고는 땡볕 아래에서 아이패드의 화면이 번들거린다고 강조한다. 거기다 은근히 비싼 가격을 곱씹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아이패드가 자신의 범주를 창조했다는 것을 알고, 아이패드는 아이패드일 뿐이지 다른 어느 것도 아니고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다는 것을 안다.
가장 큰 혁신이나 빅 아이디어는 무엇일까. 어쩌면 그건 새 제품 범주를 만드는 그런 혁신과 아이디어 아닐까.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잡스처럼 한다는 것'의 정수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동안 세상이 만들어 둔 '그것이 무엇이다'의 바깥에서 새것을 창조해 내는 것. 그래서 이 혁신이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때 누구든 그 앞에서 손을 모으게 되는 법인가 싶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