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원부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반영하는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계 숙원이지만 그동안 공정거래위원회 등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던 납품단가 연동제가 이번에는 제도화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법적 검토를 마쳤다”면서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 정책위원장은 “(납품단가 연동제) 관련 조항을 넣어 강제화하고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겠다”면서 “5월 안에 입법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물가와 고환율 등으로 어려운 경제 여건을 슬기롭게 헤쳐가야 한다”며 “특히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간 거래에서 원자재 가격 변동분이 납품단가에 반영되게 하는 제도다. 중기업계는 협상력 부족 등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급등분을 반영하지 못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호소해 왔다. 특히 최근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검토'를 공약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시장 자율에 우선 맡기겠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연동제 도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본지 2022년 5월 4일자 1·2면 참조>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골자로 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정재·한무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토론회에서 “납품단가 연동제는 당연히 도입돼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도 강하다”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소기업이 제값을 받아야 혁신역량을 확보해 성장할 수 있고, 대·중소기업 간 격차도 줄여나갈 수 있다”면서 “대안이 바로 납품단가 연동제”라고 주장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나 반대 의견도 뛰어넘을지 주목된다.
공정위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최소화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송상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거래정책국장은 “시장경제 운영에 있어 가격은 가장 중요한 경쟁 수단으로 신성불가침에 해당한다”며 “계약을 통한 문제 해결을 우선으로 하고 이를 통해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 최후의 수단으로 (납품단가 연동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가격 급등 시 기업 간 계약을 폐기하는 수준으로, 계약 관계를 초월해 사회적 자본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면서 “대기업도 산업 생태계(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인식하고 납품업체 경쟁력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 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