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거참! 아직도 확률 공개라니"

[ET톡]"거참! 아직도 확률 공개라니"

정부가 2024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체계를 마련하고 202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현재의 '악랄하고 극악무도하고 끔찍하고 무시무시하고 소름 돋고 가증스럽고 증오스러우며 도리에 어긋난'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정책으로 논의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한편으로는 우려스럽다. 확률형 아이템이 확률 공개에만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확률 공개로 확률형 아이템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2021년 게임계를 몰아쳤던 트럭 시위와 불매운동은 2014년부터 누적된 피로도 및 메이저 게임사가 확률을 조작했다는 점에서 불거졌다. 그동안 게임을 산업으로 다루던 사회 분위기에서는 확률을 공개하지 않아서 이용자가 분노했다고 생각했다. 이용자도 게임사가 쩔쩔 매는 모습에 확률을 공개 프레임으로 세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마침 대선 정국과 겹쳤다. 국회와 정부는 '아,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가 깜깜이로 이뤄져서 그렇구나! 그렇다면 정보를 공개하게 하고 옴부즈맨을 도입하면 다 좋아하겠지?'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확률정보 자체 공개에서 멈추는 건 이용자가 원하는 게 아니다. 이용자들의 불만은 사용한 돈만큼 만족도를 얻지 못하는 구조 때문이다. 확률이 중첩되고 또 중첩되는 끝없는 수직형 콘텐츠만 나오는 게 싫었다. 구조 때문에 아무리 돈과 시간을 퍼부어도 운이 나쁘면 휴지 조각과 다를 게 없는 쓰레기가 되는 게 싫었던 거다.

지금도 거의 모든 국내 게임은 게임산업협회 주도의 자율규제 강령에 따라 확률정보를 공개한다. 이렇게 정보를 공개하는 데도 살 사람은 사고 구조적 문제는 여전하다. 로또 당첨 확률을 몰라서 사지 않는 건 아니지 않은가. 설령 곧장 팝업으로 띄어 준다고 해도 소수점 이하의 0이 7개인지 8개인지도 구분이 잘 안 되는 마당에 공개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정말 손대야 하는 부분은 극악하게 낮은 확률을 어떻게 제어할지다. 기업 서비스 수익모델을 과도하게 규제하지 않는 선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된다. 천장시스템 도입과 기간한정 가챠 복각 의무화 등 큰 틀에서 규제하면서 나머지는 기업이 운영의 묘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또 이중 삼중으로 가챠를 강제하는 강화합성 시스템 확률이나 과도하게 꼬인 성장 콘텐츠를 가진 게임은 게임 시작 전에 공지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아니면 일본처럼 아예 컴플리트 가챠를 금지하는 방법도 있다.

누구는 “사지 않으면 되지 않으냐”고 묻는다. 이용자도 그러고 싶다. 그런데 한정 가챠 상품을 가지고 싶고, '그 상품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더 강력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데' 하는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게 되면 성인군자다. 확률은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재미 요소다. 컴퓨터RPG 원형인 테이블RPG에는 4면체 주사위부터 20면체 주사위까지 7가지 형태의 주사위가 사용된다. 기대감과 쾌감, 예상이 빗나갔을 때의 위기, 향후 대전략을 고려하는 부분까지 확률이 담당한다. 게임이 존재하는 한 확률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정보공개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