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번째 아시아 방문국으로 우리나라를 택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열흘 만이다. 대(對)중국 견제가 목표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기술 선도국가인 한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동맹의 복원' 일환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 낮 12시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오산 미군기지를 통해 방한한다. 아시아 순방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16개월만에 처음이다.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를 먼저 방문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방한 후 첫 일정도 파격적이다. 세계적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 측에 요구한 일정으로 알려졌다. 21세기 전쟁은 '반도체'로 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반도체는 경제를 넘어 정치·안보 분야에서도 중요한 물자다. 중국과의 무역분쟁 등에서 승기를 굳히려는 미국의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 줄타기 외교가 기조였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최근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게 '러브콜'을 먼저 보낸 셈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반도체 협력은 중요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AI) 칩 이런 것 설계는 미국과 영국이 할 거다. 그걸 (우리가) 만들어줘야 한다. 설계군에서의 협력과 파운드리 역량이 결합되면 매우 강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설계는 미국, 파운드리(위탁생산·공급)는 삼성 등 우리나라 기업이 도맡자는 얘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양국 관계를 기술동맹으로까지 발전하려는 이유다.
양국은 이를 확장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도 협력한다. 이른바 공급망 동맹이다. 공급망과 디지털, 청정에너지 등 새로운 통상 질서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이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전략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금은 공급망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일종의 동맹 체제가 필요하다. (공급망 동맹은) 경제안보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하이테크 부분에서 기술유출이나 지적재산권 문제, 신통상 분야의 디지털 규범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절대 중국을 소외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경제 협력 부문도 포함돼 있다는 설명이다. 공급망의 여러 갈래에서도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의 대중외교는 '상호존중' '당당한 외교'라고 강조했다. 그는 “약한 고리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필리핀도 있고 한데 한국에만 그런다면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나. 서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건데 (중국이) 너무 민감하게 과잉 반응을 보이는 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상회담에는 한·미 양국이 원자력발전소 수출에 함께 나서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해외 원전시장에 공동 진출하기 위해 인프라와 인적 지원 등에 나서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