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새롭다.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고, 참모진에겐 일과시간에 '슬리퍼'를 신으라고 주문한다. 오전 9시에 출근하지 못할까 봐 눈치(?)도 보고, 퇴근 후에는 지인들과 술도 한잔 한다. 기업인에겐 대통령실 앞마당을 내주고 “돈 많이 벌라”고 덕담도 건넨다. 세종에 내려가선 2030 젊은 공직자와 '번개'를 하고, 국회에선 여당은 물론 야당 의원들까지 모두 악수하며 인사한다.
정치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시야가 좁았다”며 외부 지적을 받아들이는 모습,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에 감사하다며 국회의장단을 초청해서 식사를 대접하고, 국민대표 20명을 초청해 대통령 집무실을 구경시켜 주며 농담을 건네는 모습 모두 낯설다.
취임 2주일을 맞은 윤 대통령의 이러한 모습은 전임 대통령에게선 볼 수 없었다. '대통령=권위적'이라는 공식을 깨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사람 좋다'는 평가를 받던 문재인 전 대통령도 이만큼은 아니었다.
대외적인 모습도 파격적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더 놀랍다. 청와대에 들어가면 다신 못 나온다며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밀어붙인 일만큼이나 효율을 끔찍하게 중요시한다. 참모진에 격식, 예의보다는 일의 능률을 높여 달라고 주문한 것을 시작으로 취임 후 첫 수석비서관회의에선 “회의는 프리스타일” “복장은 자유롭게”라고 주문했다. 입는 옷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대통령 참모는 법적으로 업무가 구분되지 않는다며 모든 수석과 비서관이 현안 대응에서 칸막이를 없애라고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나라는 공급망 위기 속에서 외교·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고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국론은 여전히 분열돼 있다. 윤 대통령의 파격 행보 끝에는 '일 잘하는 정부'라는 지향점이 있다. 윤 대통령은 5년 후 노련한 정치 9단 선배들을 넘어선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이제 시작이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