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주력 생산 거점인 베트남 공장의 조업 일수를 조정한 것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기에 진입한 것을 반영한다. 고물가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코로나19 봉쇄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3억2000만대 목표치를 낮춰 연간 생산능력(케파)을 일부 조정함으로써 고정비용을 절감하고 불확실한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과 오포·비보·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도 일제히 감산 체제로 돌입,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반도체를 비롯한 핵심 부품의 공급망 관리와 수요 약세에 대처하는 체질 개선이 향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크라 전쟁 여파에 中 코로나 봉쇄 직격탄
미국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3억10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보다 3.5% 줄어든 규모로, 2020년 이후 2년 만의 역성장이다.
애초 시장에서는 올해 코로나19가 엔데믹 단계에 접어들면서 경제가 회복됨에 따라 스마트폰 출하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핵심 부품 수급에 난항을 겪으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예상치 못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와 함께 생산과 소비 양 측면으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던 중국에서 다시 코로나19로 말미암은 도시 봉쇄가 이어지면서 스마트폰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줬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폭스콘 선전 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페가트론과 콤팔 등도 방역 강화로 생산량이 줄었다. 보급형 아이폰SE3의 초기 판매 부진 등을 감안, 주문량을 20%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샤오미 역시 1분기 출하량이 19.6% 감소한 3900만대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 폐쇄 정책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위축으로 출하량이 줄었다. 오포와 비보 또한 2980만대, 2540만대로 각각 30% 가까이 급감했다. 이들 업체는 재고 상황을 감안해 2~3분기 주문량을 약 20% 줄이겠다고 공급업체에 통보한 상태다.
◇하반기까지 성장 저조…내년 회복 기대
관건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 해제다. 중국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낮은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었다. 하지만 중국 공급망 생태계가 글로벌 스마트폰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중국이 6월 들어 상하이시 전면 봉쇄를 해제했지만 코로나19 확진자 추가 발생 시 고강도 방역 대책이 반복됨에 따라 하반기까지는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와 전문가는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 종식과 우크라이나 전후 복구 등이 실현되면 그동안 억제된 수요가 풀리며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