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근무형태가 경쟁력"...플랫폼 업계, 新 근무제 띄운다

업무 효율성 높이고 인재 모시기
네이버-카카오-직방- 판다 등
자율근무제 도입해 시-공간 파격
MZ세대, 복지 강점 '워케이션' 선호

[스페셜리포트]"근무형태가 경쟁력"...플랫폼 업계, 新 근무제 띄운다

엔데믹 시대를 맞아 기업의 근무 형태가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어디서' 일하는지보다 '어떻게' 일해서 효율성을 높일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테크 기반 플랫폼 기업들이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새로운 근무제 도입에 나서면서, 이들의 시도가 기업의 혁신과 지속가능성에 얼마나 기여할지 관심이다.

국내 플랫폼 업계 양대산맥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내달부터 새로운 근무제를 시행한다. 네이버는 '커넥티드 워크'를, 카카오는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한다. 네이버는 '주3일 출근'과 '전면 원격근무'를 두고 직원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일할 수 있도록 했고 카카오는 물리적 공간의 근무 방식을 메타버스 공간으로 이주시켰다.

직방은 이미 지난해 2월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전면 원격근무를 도입했고 같은해 7월 자체개발한 가상오피스 '메타폴리스'로 본사를 이전했다. 올해 5월에는 글로벌 가상오피스 '소마(Soma)'를 론칭하며 선제적으로 미래 근무환경의 '청사진'을 그려나가고 있다.

직방이 올해 런칭한 글로벌 가상오피스 소마(Soma)의 미팅룸 모습.
직방이 올해 런칭한 글로벌 가상오피스 소마(Soma)의 미팅룸 모습.

이들 플랫폼 기업들의 시도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단순 출근 횟수를 줄이거나 재택근무를 연장하는 차원이 아닌 일하는 공간·방식에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특히 직원 선택권과 자율성을 높였다. 자율적 열정과 유연성을 기반으로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자율근무제' 도입 확산…내부 직원 반응 엇갈려

네이버와 카카오, 직방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의 새 근무제는 '자율근무제'를 전제로 두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없이 직원이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

이들이 쏘아 올린 '자율근무제'는 빠르게 업계로 번지고 있다. 당근마켓은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도 사무실 출근과 재택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근무시간을 회사가 아닌 각 개인이 스스로 관리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출근 시간은 오전 11시 전에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협업을 전제한 자율'을 추구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대출비교 플랫폼 '핀다'는 최근 '커스텀워크(개인 맞춤형 근무)' 제도를 내놓았다. 커스텀 워크는 유기적인 협업과 개인이 중시하는 업무 스타일을 고려한 맞춤형 근무제도로,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따라 주 3회 또는 주 2회 사무실 출근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오전7시에서 11시 사이에 자유롭게 출근해 하루 최소 6시간 최대 12시간 근무할 수 있다. 주 40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미용의료 정보 앱을 운영하는 '바비톡'도 근무지에 대한 제한이 없다. 자율근무시에는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 사무실로 출근한다.

파격적인 근무 환경에 내부 직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출근제'를 동일하게 없앤 네이버와 카카오 직원들의 반응이 극과극이다. 근무제가 만들어진 과정에서부터 차이를 보였다. 네이버는 전 직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근무제의 큰 방향성을 정한 반면, 카카오는 새로운 근무형태를 만든 후 전사에 적용한 뒤 수정 보완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자율적 선택권'도 네이버 직원들이 다양하다. 특히 네이버는 반기에 한 번씩 근무 형태를 바꿀 수도 있다. 카카오는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하지만 메타버스 공간에서 텍스트와 음성, 영상 등 여러 수단을 통해 동료와 실시간 연결돼야 한다. 실시간 마이크와 스피커 연결, '코어타임(집중근무)'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자율근무제의 본질을 훼손했다는 평가다. 일하고 싶은 장소에 대한 자율성만 부과했을 뿐 오히려 과도한 감시로 전체적인 자율성이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카카오는 '음성 채널 실시간 접속'과 '주 1회 오프라인 회의'를 '권장' 사항으로 변경했다. 코어타임도 기존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였다.

카카오는 측은 “아직 도입 시점까지 시간이 남아있어 직원들 의견을 경청해 계속 수정·보완할 부분은 반영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혁신적인 근무제…인재 유인책으로 활용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거치면서 일하는 방식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보고 있다. 지난 2년간 재택근무 경험이, 기존 일하는 방식을 굳이 고수할 필요가 없음을 충분히 방증했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계는 선제적으로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형식적인 변화가 아닌 직원 삶에 실제적 변화를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동 자율성이 기업 조직 문화에도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문화로도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기업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기업일수록 더 경쟁적으로 혁신 근무제를 찾고 있다. 대기업과 같은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해서다.

MZ세대가 선호하는 근무제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는 곧 우수 인재 영입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을 휴가지로 보내 원격근무를 하도록 하는 '워케이션'을 내세우는 기업들이 느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워케이션을 복지의 강점으로 내세워 인재를 유인할 수 있어서다.

세무플랫폼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은 전직원 워케이션 제도를 시행하면서 303만원의 지원금까지 제공해 주목받은 바 있다. 야놀자도 효율적이고 유연한 근무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워케이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티몬도 지난 5월부터 직원들이 제주와 부산, 남해 등지에서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일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과도기적 상황에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일부 진통이 생길 수도 있지만 직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유연근무제 방향으로 자리잡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