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K-바이오 생태계의 조건

세계 최대 바이오전시회인 '2022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 USA)이 16일(현지시간) 막을 내린다. 코로나19 여파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재개된 이번 전시회에 K-바이오 기업도 다수 참여했다. 세계 3200여개 참여 기업 가운데 한국 기업이 250여곳으로, 미국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기업은 글로벌 협업 파트너를 찾기 위해 평균 하루 10건 이상의 미팅을 진행했다. 정부와 산하기관 관계자도 대거 참석, 성장 기회를 모색하는 K-바이오를 육성하기 위해 방안을 고민했다.

바이오 USA는 매년 주요 바이오클러스터가 위치한 도시를 돌아가며 열린다. 올해는 그 가운데 하나인 샌디에이고에서 개최됐다. 샌디에이고에는 전 세계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 장비 업체 일루미나, 다국적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인큐베이션센터(JLAB) 등이 위치한 곳이다.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솔크연구소와 샌디에이고주립대, 샌디에이고대(UCSD) 등 연구소와 대학 인프라 및 많은 바이오 벤처도 모여 있다. 미국 최대의 지역 바이오 협의회인 샌디에이고바이오협회(BIOCOM)는 1500개 이상의 회원 기업을 위한 산·학·연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마련, 교류를 촉진한다.

행사를 찾은 참석자들은 행사 전후로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를 찾기도 했다. 보스턴에는 하버드대·MIT 등 명문 대학과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및 하버드대 메디컬센터 등 최고 수준의 병원이 위치해 있다. 또 머크·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와 벤처까지 바이오 기업이 가장 활발히 교류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로 꼽힌다. 바이오 창업 지원기관인 랩센트럴도 갖춰져 있다.

두 곳의 대표적인 바이오 클러스터 모두 대학과 연구실에서 차세대 혁신 신약 연구 결과물을 내놓으면 임상을 진행하고, 상업화가 이뤄지기까지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자연히 투자처를 찾는 벤처캐피털도 이곳에 모인다. 우리나라에도 서울의 홍릉, 대구, 오송, 송도 등 정부 주도의 다양한 바이오 클러스터가 있다. 샌디에이고와 보스턴 사례에서 성공 방정식을 찾아볼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있지만 우수 인력을 공급할 대학이 있고, 빅파마와 바이오 벤처 등 혁신 주체들이 우수 기술과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는 점이다. 성공의 중요한 요소인 밀접한 협력 관계를 맺어 주기 위한 구심점도 있다.

신약 개발까지는 평균 10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성공 가능성도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특성을 띤 바이오 산업에서 기업이 끝없이 도전하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게 지속 가능한 바이오 생태계 구축에 핵심적일 것이다.

[ET톡]K-바이오 생태계의 조건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