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2심 소송에서 인터넷교환노드(IX)의 역할과 대가지불방식 유형이 핵심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개념에 대한 혼선이 가중된다. 다수 전문가와 IX 기업 관계자는 통신사가 특정 콘텐츠 제공사업자(CP)를 위해 회선을 제공했다면, IX를 이용했더라도 CP가 대가를 지불하는 게 맞다고 확인했다.
20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2020 인터넷백서에 따르면, IX는 '통신사(ISP) 간 데이터트래픽을 원활하게 소통시키기 위한 인터넷 연동 서비스'로 정의된다.
예를 들어, KT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세종텔레콤 등 망에 직접 연결하려면 각각 통신사를 상대로 복잡한 네트워크 경로를 구성해야 한다. IX는 일종의 연결 지점으로, 모든 통신사가 IX와 망을 연결하면, 통신사는 IX에 연결하는 것 만으로 손쉽게 다른 통신사와 연결할 수 있다. 넷플릭스와 네이버, 카카오 등 콘텐츠 제공 사업자도 직접 클라우드 서버를 IX에 연결해 통신사를 통해 데이터를 이용자에 전송한다.
국내에는 통신 3사가 자체 IX를 보유하고 있으며, KINX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가 자체 IX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제적으로는 시애틀, 도쿄, 암스테르담 등에서 거대 IX가 운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NIA,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에 따르면, IX의 연결 유형은 두 가지다.
'레이어2 연결'은 '퍼블릭 피어링'으로도 불리며, 통신사가 용량에 따른 포트 비용을 IX에 지불하면, IX가 등록된 다른 통신사 회선으로 데이터 주소를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데이터 저수지 개념으로, 저수지 사용료를 내면 누구나 물길을 끌어다 쓸 수 있고 반대로 물을 저수지에 내보낼 수도 있다.
동일한 IX를 이용하는 통신사·CP는 포트비용을 지불할 뿐 서로간에 회선사용료 등을 지불하지 않는게 일반적이다. 국제 전송경로를 우회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통신 품질은 보장할 수 없다.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시애틀(IX) 망 연결 당시 SK브로드밴드가 비용 정산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암묵적 무정산 합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또다른 IX 연결 유형은 '레이어3' 또는 '프라이빗 피어링' 방식이다. A통신사와 B통신사·CP가 자체적으로 회선비용을 계약하고, 양측 간 합의 하에 서로 회선을 연결하는 장소로 IX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CP가 통신사의 회선용량을 구매해 안정적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통신사와 다른 통신사·CP 간에 이용약관에 따른 회선 계약과 협정이 본질이고, IX는 단순히 연결 장소를 제공하는 개념이 된다. 부동산 거래에 비유하면, IX는 일종의 공인중개사 역할로 수수료를 받지만, 집주인과 세입자 간에 부담하는 전·월세 비용이 계약의 본질인 것과 같은 원리다.
SK브로드밴드는 2016년 SIX에서의 IX연결은 레이어2 방식이지만, 2018년 일본 브로드밴드IX(BBIX)에서의 연결은 넷플릭스만을 위한 전용회선 구축인 레이어3 유형에 해당하므로, 넷플릭스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전문가는 “양측간 영업 비밀로 인해 정확한 계약 유형이 파악되지 않지만, 양사간 대용량 데이터트래픽 전송을 수용하기 위한 별도 설정과 용량제공이 있었다면 이는 레이어3 유형에 해당한다”며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지불하는게 일반적 거래 관행”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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