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 공방전 시작은 4년 전인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돈버는(P2E) 게임을 서비스하려고 하는 게임사와 이를 막으려고 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4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건 하나도 없다. 대체불가능토큰(NFT)화만 지원하느냐 마느냐와 같이 조율할 새로운 문제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서로 같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법을 개정해야 할 국회는 변죽만 울리고 있고 논의를 주도해야할 정부는 기준 자체가 없다.
◇흐지부지, 유야무야…국내 첫 블록체인게임 등장
우리나라에 등장한 첫 블록체인게임은 '유나의 옷장'이다. 2017년 출시된 연애 스타일링 게임이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현 위메이드) 자회사 플레로게임즈(현 위메이드커넥트)가 2018년 5월 국내 게임 중 최초로 암호화폐를 도입했다. 이더리움 기반 코인을 플레이와 이벤트 보상으로 제공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자신이 만든 옷을 코인을 받고 팔거나 반대로 타인이 만든 옷을 살 수 있었다.
게임위는 외부 거래소를 통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암호화폐 시스템을 환전의 일종으로 판단했다. 바다이야기에 근간을 두고 있는 현행 게임법상 사행요소가 충만했다. 게임위는 2018년 6월 유나의 옷장 등급 재분류 판정을 내렸다. 이 일이 이슈화가 되면서 등급 재분류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정이 미뤄지는 와중에 유나의 옷장 서비스가 2019년 1월 종료됐다. 이에 관한 결정도 흐지부지된 상태로 일단락됐다. 이때 만해도 블록체인 게임을 결합할 이유가 적었기에 마케팅 예산과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선택하는 생존방법의 한 형태로 치부됐다.
◇논의도 못한 상태에서 다시 등장한 블록체인 게임
유나의 옷장 사태 이후 10개월 뒤인 11월. 게임위는 노드브릭의 '인피니티스타' 등급 분류를 거부했다. 이유는 역시 사행성이다.
이용자 조작이나 노력보다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물이 결정되고 이렇게 획득한 아이템을 NFT로 만들어 네트워크에 전송해 이더리움 등 가상재화로 바꿀 수 있는 행위를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행성이 성립되기 위한 요건은 우연성, 환금성, 재물베팅성 등이다. 게임위는 게임 흐름이 전부 이용자 노력보다는 우연으로 획득한 것으로 보아 사행성이 성립된다고 봤다.
반면에 개발사 측에서는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형태가 최근 모바일게임 대부분이 채택하고 있는 게임 형태라는 점, 우연적인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지 않고 이용자 시간과 노력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이라는 점, 게임 내에서는 NFT 아이템이 암호화폐 등으로 교환되지 않고 아이템으로만 사용된다는 점을 소명했다.
게임위는 2주 뒤 등급 거부 판정을 최종 확정했다. 유나의 옷장이 서비스 종료로 재분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게임위 심의를 받은 블록체인 게임으로 기록됐다.
논란이 일었다. 게임법상 경품은 금이나 은, 인형, 문구, 완구 등 실물재산이나 물건을 뜻한다. 가상자산에 대해 정의한 조문이 없다. 금전으로 거래되는 게임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제공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보면 대한민국의 모든 RPG는 심의 취소 대상이 된다.
게임위는 인피니티스타 사태를 계기로 블록체인 게임과 관련한 사항을 검토했다. 정책연구와 정부, 유관기관과 관련 협단체 협력을 통한 종합적인 검토를 한 뒤 게임사가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파이브스타즈와 무한돌파삼국지
2021년 4월 등급분류 취소를 받은 NFT게임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개발사 스카이피플은 게임위와 법정공방을 선택했다.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소송을 진행했고 집행정지 소송은 스카이피플이 승소했다. 행정소송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게임위는 스카이피플 게임이 사행성을 지녔다고 판단했다. 자동 모험 콘텐츠를 이용해 확률에 따른 우연적인 결과로 NFT화할 수 있는 결과물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NFT화된 아이템을 활용해 외부에서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사행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은 현재 평행선이다. 같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법원도 쏟아지는 시선에 부담을 느끼고 꼼꼼하게 검토하는 중이다.
게임위는 “게임법상 게임물 정의, 등급분류 조항들을 뛰어넘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등급분류 관련 소송에 그칠 게 아니라 업계, 학계, 기관, 법조계 관점에서 체계적인 담론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P2E 게임을 서비스하고자 하는 업계는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를 활용해 우회 출시하는 방법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게임이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다. 앱마켓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등급 분류한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사례처럼 국내법을 무시하는 일은 빈번해졌다. 해외 P2E게임이 국내에서 제약 없이 서비스됐다.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하지 않아도 접속이 가능한 수준이다. 효율적인 코인 획득과 환전 방법 등 정보를 공유하는 한국 이용자 커뮤니티까지 생겼다. 국내 게임사 P2E 게임이 현행법과 충돌하며 법정에서 다투고 있는 동안 빈자리를 해외 게임사가 차지하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다.
◇여전히 아직도 아무것도…진전이 없는 현재
현재 게임위는 P2E 가능 여부를 외부전송 가능 여부와 NFT화 가능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 명확하게 거래소를 통해 외부에서 환금이 되는 게임 외에도 NFT화만 지원하는 게임도 규제대상이다. NFT화만 지원하는 것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위가 이번 모니터링을 통해 등급 취소할 32종 게임 가운데 '닌네코'는 직접적인 P2E 기능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NFT 외부전송 기능만 있다. 게임위는 닌네코에 육성한 캐릭터를 NFT화 해 외부로 전송한 다음 판매할 수 있어 등급분류 취소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NFT화만 지원하는 게임도 규제 대상이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가진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NFT화만 지원하는 게임에 사행성이 있는지 판단에 고심하고 있다. 게임사가 NFT화만 지원하고 외부 전송과 현금화를 이용자가 자체적으로 하는 행위로 본다면 현행법으로 금지할 근거가 불명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논의가 멈춰 있기 때문에 논의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