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리벨리온에 300억원 투자를 단행한 것은 글로벌 경쟁이 시작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 국내기업과 협력해 핵심기술을 선점하고,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포석이다.
배한철 KT 전략기획실 제휴협력 P-TF장(상무)은 6일 온라인설명회에서 “KT는 AI 반도체 분야를 디지털플랫폼(디지코) 가치구현과 미래사업 기회 확보에 중요한 영역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타트업에 지속 투자하고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KT는 리벨리온과 협력해 개발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는 KT가 준비하는 AI 서비스의 핵심 자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NPU는 KT가 디지코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IDC 사업에서 고객사에 서버용량뿐 아니라 NPU 기반 컴퓨팅 자원을 임대해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당장 활용 가능하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AI 기반 스마트금융과 자율주행차, 로봇 등 서비스에서 안정적인 AI 반도체 공급처를 확보하고, 미래 성장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T가 AI SW·인프라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산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은 지속적인 고민거리다. AI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인프라 분야에서 미국 엔비디아의 GPU 시장점유율은 80%다. 엔비디아는 GPU 하드웨어(HW)뿐 아니라, 쿠다(CUDA) 소프트웨어(SW) 플랫폼을 통해 시장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
리벨리온·모레 등에 대한 투자는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을 투입하겠다는 의미다. KT는 리벨리온 300억원 투자에 앞서 지난해에는 AI 인프라 솔루션 전문 기업인 모레(MOREH)에 투자했다.
당장에 수백억원 규모 투자로 엔비디아와 직접 맞붙기는 어렵겠지만, 이는 선언적 의미에 가깝다. 장기적으로 KT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AI 원팀 등 협력체를 통해 성장을 지원한다면 글로벌 경쟁이 막 시작되고 있는 AI 반도체 경쟁에서 입지를 구축할 교두보를 확보하는 효과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현재 대부분 ICT·제조 산업이 반도체 부족으로 곤란을 겪는 상황에서 핵심공급처를 확보하고, 나아가 국내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구현모 KT 대표가 “AI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핵심 영역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은 이와 같은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2021년 267억달러에서 2030년 1179억달러로 10년간 약 10배 성장이 예상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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