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리벨리온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외산이 80%를 점유한 AI 반도체 시장에서 국산 기술과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 국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기여하겠다는 구현모 대표의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
KT는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AI 응용서비스부터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소프트웨어(SW)·하드웨어(HW)까지 AI '풀스택'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로 했다. 구현모 KT 대표는 6일 “AI 반도체는 대한민국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핵심 영역이 될 것”이라면서 “어려운 투자 환경에서도 우수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KT는 온라인 기자설명회를 통해 투자 배경과 향후 계획을 밝혔다. 리벨리온은 주문형 반도체(ASIC) 설계 경쟁력을 기반으로 금융에 특화한 AI 반도체를 개발, KT를 포함해 1000억원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는 기업이다. 투자 금액은 AI 기술개발에 투입될 예정으로, KT는 상당한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KT는 리벨리온과 협력해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할 계획이다. 기존 AI 연산에 활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비해 3배 넘는 에너지 효율과 저렴한 구입비용을 달성하도록 한다.
KT는 AI 데이터 처리에 특화한 초대규모 'GPU팜'을 우선 올해 안에 GPU 수천장을 투입해서 구축하고, 2023년에 리벨리온 등과 협업한 자체 개발 AI 반도체를 접목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투자한 AI SW 플랫폼 전문기업 모레 등의 기술을 접목, 순수 국내 기술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제공하는 'AI 풀스택' 사업자로 거듭난다는 목표다.
리벨리온 전략 투자 배경에는 국산 기술로 글로벌 AI 시장에 대응하려는 구 대표의 의지가 컸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생산 세계 1위이지만 반도체 설계(팹리스) 분야에서 점유율은 1% 수준이다. 구 대표는 글로벌 초기 시장이 열리고 있는 AI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면 KT AI 경쟁력 강화와 동시에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자체 AI 서비스 IDC 등 AI 분야 사업은 물론이고 AI 기업 협력체인 'AI 원팀'을 통해서도 AI 반도체 상용화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리벨리온의 개발 경쟁력을 토대로 KT와 손잡고 AI 반도체 국산화를 넘어 순수 국산 기술력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