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반도체 인력 15만명 양성 계획은 정원 확대를 통해 4만5000명, 양성 교육을 통해 10만5000명으로 세부화된다. 논란이 됐던 수도권 대학 증원 규모는 지방대학 증원 규모보다는 많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수도권 총량제 한도 내에서 증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 개정까지는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학 정원 확대는 대학 정원 감축을 뜻하는 적정규모화 추진과 반대 방향이어서 이에 대한 해결책도 필요한 상황이다.
◇15만명 어떻게 양성할까?
정원 확대 4만5000명은 2027년까지 반도체 관련 정원 5702명을 증원을 통해 확보한다. 석·박사 1102명, 학사 2000명, 전문학사 1000명, 직업계고 1600명을 늘린다. 정부는 반도체 업계 취업률 7.7%와 산업성장률 5.6%를 적용하면 2031년까지 4만 5000명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대학에서는 이중 수도권 대학 정원이 얼마나 늘어날 것인가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6월 말,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반도체 학과 관련 신·증설 규모나 애로사항을 파악하기 위해 표집조사를 벌였다. 수도권 14개교가 학부 1266명 증원을 희망한다고 답했으며 비수도권 13개교는 611명 증원을 희망했다. 총 1877명 증원 의향이 제출됐다. 대학원에 대해서는 수도권 350명, 지방 315명 증원을 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희망하는 대학이 모두 증원을 한다고 해도 수도권은 학사 1266명, 석박사 350명 등으로 수도권 정비계획법 총량을 넘어서지 않은 범위다. 총량제에 따라 수도권대학 입학정원이 정해져 있지만 2015년 대학 구조조정을 통해 1만2000명을 줄였으며 최근 4000명을 증원해 8000명 총량 여분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이 정원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대학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교지·교사(건물)·교원·수익용기본재산 등 4대 요건을 확보해야했다. 앞으로는 이중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정원을 늘릴 수 있다. 국립대는 행안부·기재부 등 협의를 거쳐야 교수정원이 배정되는 것을 고려해 기준을 낮춘다. 첨단학과증설 시에는 전임교원 80% 이상을 확보해야 했지만 70%로 완화한다. 첨단분야 계약학과 규제도 적용을 제외한다. 대학 내 기존에 설치된 첨단학과 정원도 한시적으로 추가할 수 있는 계약정원제도 도입한다. 교육부와 산업부는 내년부터 2026년까지 반도체 특성화대학원을 20개 내외로 지정한다. 설계, 공정, 분석 등 반도체 세부 분야별로 전문인력양성기관으로 특성화대학원 지정해 우수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연구 환경 조성, 단기 교육과정 설치 등 양성 교육으로 10만5000명 인재를 양성한다. 산학연 연계 프로젝트를 늘리고 반도체학과 이외 전공 학생도 반도체 융합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반도체 단기 집중교육과정(반도체 부트캠프) 사업도 신설한다. 디지털 혁신공유대학과 부처협업형 혁신인재 양성사업 등을 통해 반도체 특성화 전공 학과(트랙) 운영을 활성화한다.
고비용 훈련시설·장비를 공유하는 공동훈련센터(고용부)나 재직자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 교육과정 지원도 확대한다. 대학에서 반도체 교육 및 기초연구에 대한 핵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중앙 거점으로 두고 권역별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설치해 연구소 간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수급 불균형 해소될까
반도체 산업 인력은 반도체 학과뿐만 아니라 신소재, 전자·기전, 재료 등 여러 학과 전공에서 배출된다. 관련학과 졸업생은 연간 4만8000여명에 달하지만 직업계고·대학(원) 신규 졸업자 중 반도체 산업 취업자는 연간 약 5000명이다. 숫자로만 보면 반도체 관련학과 전공자 수는 취업자의 9배가 넘는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미스매칭이 반도체 산업 인력난을 가져온 원인으로 진단된다. 실제로 산업계와 교육계 모두 반도체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급 불균형을 지적한다. 대학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만들자고 제안해도 기업은 원하는 수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원해도 대학이 응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교육기관이 양성을 하지 못하든가, 학생들이 기업 수요에도 다른 산업을 찾는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셈이다. 반도체 관련학과 정원을 늘리도록 해도 이들이 반도체 산업 인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산업으로 유입될 수 있는 동력이 필요하다.
산업계는 정부의 반도체 산업인력양성 방안 발표를 보고 환영 뜻을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국가간 우수인력 유치경쟁이 치열해지고 국내 반도체 기업의 만성적 인력 부족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 인력양성방안에서 담고 있는 정원 확대와 교육연구 지원 체계는 우수인력 양적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풀 자체가 넓어지면 반도체 산업 유입 규모도 커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도체 산업이 첨단 산업의 근간 산업이 된다는 점을 정부가 강조하고 인력 유입을 유도하는 것도 산업계가 환영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낙수 효과가 산업 전체에 끼칠 지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한 중소 팹리스 업체 임원은 “최근 관련 전공자들이 플랫폼이나 서비스 기업만 가려고 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며 “설계, 공정, 테스트 등 반도체도 분야가 많은데 분산시켜서 특화된 전공을 할 때에는 교수나 학생에게 전폭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여전히 우려 목소리가 크다. 일단 전체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정부는 전체 대학 정원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수립 중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교육부는 대학의 적정 규모화를 유도하고 있으며 현재 대학이 신청한 정원 감축 규모를 받아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에서도 어느 정도 정원을 같이 감축하지 않는다면 지방대가 학령인구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첨단 산업 인력 양성을 위해 특정 학과의 정원을 늘리면 줄여야 하는 학과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수도권 대학들이 1200여명을 증원하면 그만큼 지방대에서 빠져나갈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첨단 분야 정원이 과잉된다는 지적도 있고 사회과학이 줄어드는 것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적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순차적으로 바이오·AI 인력양성방안을 내놓고 기초학문 보호를 위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도 추가로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대학 정원 제한 규제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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