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신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고객사로 대만 팹리스 미디어텍을 확보했다.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선언하며 고객사로 품은 퀄컴에 이어 두 번째다. 파운드리 시장 강자인 TSMC와 삼성을 추격하려는 인텔 행보가 빨라졌다.
인텔과 미디어텍은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공정을 사용해 반도체 칩을 제조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올해 안에 반도체 설계를 완료해 생산 단계로 넘어가는 '테이프 아웃' 절차를 밟는다. 양산은 내년 상반기 돌입할 예정이다.
인텔이 구축 중인 첨단 공정용 파운드리가 아닌 현재 보유 중인 웨이퍼 팹(공장)을 활용해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정은 16나노미터급 '인텔 16' 공정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기존 '인텔 22' 공정을 개선, 미디어텍에 해당 공정 파운드리를 제공한다.
생산 제품은 스마트홈과 사물인터넷(IoT), 네트워킹용 반도체 칩이다. 수량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랜디르 타쿠르 IFS 사장은 “연간 20억대 이상 디바이스를 구동하는 팹리스 중 하나인 미디어텍은 IFS가 다음 단계로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며 “미디어텍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포괄하는 10억대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추가로 제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파트너십으로 인텔은 퀄컴에 이어 두 번째 대형 고객을 확보하게 됐다. 인텔은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을 필두로 한 '종합반도체기업(IDM) 2.0' 전략을 발표하며 2024년부터 2나노급에 해당하는 첨단 공정으로 퀄컴 칩을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퀄컴 칩 양산보다 빠르게 미디어텍 칩을 생산하면서 인텔 파운드리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텔 관계자는 “실제 웨이퍼 공급에 따른 매출이 발생하는 계약”이라며 “장기 계약인만큼 지속적 생산 협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존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이 미미했던 인텔이 대형 고객사를 잇달아 품으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에서 수십조원을 쏟으며 설비 투자를 하는 곳은 인텔과 TSMC, 삼성전자뿐이다. 시장 점유율 1위 TSMC와 2위 삼성전자와 달리 인텔은 상위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디어텍 매출이 본격화하면 단숨에 순위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