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연합(EU)이 구글·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이 인프라 투자에 기여하도록 하는 법률안 논의를 9월부터 시작한다. 한국에서 출발한 공정한 인프라 투자 제도화 논의가 미국을 거쳐, 유럽까지 확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 핵심 의제가 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연결 인프라 법안(Connectivity Infrastructure Act)'을 9월 발의할 계획이다.
폴리티코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연결 인프라 법안은 '빅테크' 온라인플랫폼 서비스가 5G 투자에 기여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를 포함할 예정이다. 빅테크 기업의 보편 기금 기여 등 방안이 거론된다.
광대역 인프라 투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새로운 조치도 담을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통신사에 네트워크 인프라 비용을 지불하도록 의무 조항을 포함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지만, EU 정부 대변인은 확인을 거부했다. 법안은 5세대(5G) 이동통신 등 초연결 인프라 확산을 위한 정부 지원 근거를 확대·개선하는 방안도 포함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결 인프라 법안을 통해 공정한 망 투자에 대한 EU 차원의 문제의식이 제도화·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U 정부 디지털정책 최고책임자인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장과 티에리 브레톤 집행위원은 EU의 디지털 인프라 진화를 위해 구글과 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의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브레톤 위원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통신 사업자가 네트워크를 유지하는데 대한 정당한 투자 수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네트워크의 공정한 이용대가 문제를 재구성해야 할 시점”라고 말했다. EU는 지난 5월에도 “디지털 혁신의 혜택을 받는 모든 시장 행위자가 사회적 책임을 지고, 공공재 비용에 공정하고 비례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법안이 EU 행정부 차원에서 발의되고 의회가 지지하는 만큼, 논의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모질라 재단 등 CP 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서 출발한 망 공정투자 법제화 논의가 미국을 거쳐 EU로 확산했다. 앞서 미국은 빅테크 기업이 농어촌·학교 망투자 등 보편서비스 기금을 분담하도록 하는 '인터넷 공정(FAIR)기여법'이 상원 상무위원회를 통과했다. 한국은 2020년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통신사와 CP간에 공정한 계약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여야를 막론하고 유사한 취지의 법안 5개가 국회에 계류됐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의 공정한 망 투자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후반기 국회에서 논의를 서둘러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망 이용대가 공정화 논의를 2023년 국정감사 주요 이슈로 선택하고 “관련 입법 논의 시 해외 사업자의 위반 행위에 대한 집행력을 실효성있게 확보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해 국내 사업자에 대한 규제로만 작동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U 연결 인프라 법안(Connectivity Infrastructure Act) 개요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