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면 유력, 12일 결정

정부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부를 가리는 공식 심사절차에 들어갔다.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기업인 사면 기류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역시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8.15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심사했다. 광복절 특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특별사면이다. 심사위가 특사 건의 대상자를 추리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 후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사면 발표는 광복절을 앞둔 12일이 유력하다.

관심사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제인 사면이다. 이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 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형기는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

지난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 전자신문 DB)
지난 6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마치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사진: 전자신문 DB)

법조계와 재계는 특사에 이 부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데이터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3%가 이 부회장 사면을 긍정 평가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77%가 사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우호적 여론 속에 정부 역시 긍정 입장을 내비쳤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을 대통령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업 총수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데다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공감대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류 속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도 특별 사면 대상자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 '뉴삼성'을 위한 혁신 시계추는 더 빨리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전 사업 영역에서 경쟁자의 빠른 추격을 받고 있다. 수년 간 총수 사법 리스크로 대형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움직임이 없었다.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 제약이 해소되면 대대적인 투자 등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인사혁신과 조직개편 등 내부 역량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