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부를 가리는 공식 심사절차에 들어갔다.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기업인 사면 기류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 역시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날 오전 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원회를 열고 8.15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심사했다. 광복절 특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첫 특별사면이다. 심사위가 특사 건의 대상자를 추리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보고 후 국무회의 의결로 확정된다. 사면 발표는 광복절을 앞둔 12일이 유력하다.
관심사는 이 부회장을 포함한 경제인 사면이다. 이 부회장은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확정 받아 복역하다 지난해 8월 광복절 기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형기는 지난달 29일 종료됐지만 5년간 취업제한 규정을 적용받아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
법조계와 재계는 특사에 이 부회장이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데이터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국민 63%가 이 부회장 사면을 긍정 평가했다.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 전문회사가 조사한 결과에서도 77%가 사면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우호적 여론 속에 정부 역시 긍정 입장을 내비쳤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을 대통령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업 총수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부회장 등 경제인 사면은 상대적으로 정치적 부담이 적은데다 경제 위기 극복 차원에서 공감대가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기류 속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도 특별 사면 대상자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이 사면 대상에 포함되면 '뉴삼성'을 위한 혁신 시계추는 더 빨리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등 전 사업 영역에서 경쟁자의 빠른 추격을 받고 있다. 수년 간 총수 사법 리스크로 대형 인수합병(M&A) 등 과감한 움직임이 없었다.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 제약이 해소되면 대대적인 투자 등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 인사혁신과 조직개편 등 내부 역량 강화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