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13일 당정이 처한 위기 상황 해법으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측 핵심 관계자)'들을 향해 수도권 열세지역에 출마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비대위 전환한 당 지도부와 법적 다툼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이 정권이 위기인 것은 윤핵관이 바라는 것과 대통령이 바라는 것, 그리고 많은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것이 전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규정하며 각각 일일이 차례로 실명으로 거명했다.
이 대표는 “소위 윤핵관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모두 우리 당의 우세 지역구에서 당선된 사람들이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경상도나 강원도, 강남 3구 등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 때문에 딱히 더 얻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총선승리를 하는 데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시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윤핵관들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 당이 선거에서 이기고 국정동력을 얻어서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면서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공식 석상에 선 것은 지난달 8일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이후 36일만에 처음으로 비대위 전환에 따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지 사흘만에 처음 입을 연것이다.
이 대표는 최근 지속 하락세인 당 지지율과 관련해 “민심은 떠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당시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자신을 향해 '내부총질 당대표'라고 표현한 게 언론 보도를 통해 노출된 일을 지적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씹어돌림의 대상이 되었던 저에게 어떤 사람도 그 상황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적인 비극”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어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해서도 “의도는 반민주적이었고 모든 과정은 절대반지에 눈 돌아간 사람의 의중에 따라 진행됐다”면서 “당이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몇달 동안 위인설법을 통해 당헌·당규까지 누더기로 만드는 과정은 전혀 공정하지 않았으며 정치사에 아주 안 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법적 대응에 나서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기자회견에서 “국민과 당원에게 사과의 말씀을 올리려고 한다.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 당의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국민과 당원들께 많은 심려끼쳐드린 것에 대해서 책임있는 사람으로서 진심을 다해 사과하겠다”고 말을 맺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