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활동 재개한 이재용 부회장, 기흥 이어 미국 테일러시 갈까

복권 후 첫 행보로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센터 기공식에 참석해 '기술력'을 강조한 이재용 부회장의 다음 행보로 다음 달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서 예정된 제2파운드리 착공식 참석 전망이 나온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한다면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자료: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에서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자료: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아직 매주 1~2일은 재판에 참석해야 해 자유롭지 못하지만, 내달 추석 연휴기간에는 재판이 열리지 않는다. 이 기간을 해외 출장에 활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복권 후 첫 공식일정으로 국내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미래 먹거리를 챙기고 반도체를 통해 한국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데 기여해달라는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연장선으로 미국 신규 생산시설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새롭게 만들어진 미국 '반도체법'에 대한 조율과 대형 M&A 등 관련 업무를 위해 해외로 나갈 것이 점쳐진다.

최근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무역질서가 급격히 재편되며, 반도체는 한미 경제안보동맹의 핵심축으로도 급부상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5월 방한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찾았을 정도로 한국 반도체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역할은 막중하다. 미국 주도로 한국·대만·일본을 끌어들여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를 결성하려는 '칩4' 협력 논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민간 외교관'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만들어진 미국 반도체법에 대해 미국 주요 핵심 관계자를 만나 세부 조율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법은 삼성전자, TSMC 등은 앞으로 중국시장에서 28㎚ 이하 반도체칩 생산시설을 신설하거나 증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반한 기업은 연방지원금을 전액 반환해야 하기 때문에, 삼성전자로선 미국 지원을 받게 되면 중국 공장 가동 불확실성이 커진다.

경영활동 재개한 이재용 부회장, 기흥 이어 미국 테일러시 갈까

대형 인수합병(M&A) 관련 출장길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과 반도체 설계기업인 영국의 ARM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 보유액은 126조원에 달한다.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 등에 시간을 낼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의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도 2009년 특별사면 후 평창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적극 활동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