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협업에 나선 것은 거대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장의 2030년 규모는 1조5000억달러(약 2006조원)로 급팽창한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81% 수준이다.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소재·부품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속도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VR·AR 기기는 어지러움, 멀미 등 유발로 시장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었다. VR·AR 기기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 응답 속도와 해상도 한계 때문이다. VR·AR 이용자 경험을 충족시키려면 3000PPI(인치당 픽셀) 해상도 이상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현재 마이크로 OLED로 구현할 수 있는 해상도는 1000PPI 수준이다.
해상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려면 OLED 증착 기술뿐만 아니라 구동층 기술도 고도화해야 한다. 실리콘 기판 위에서 반도체 공정으로 제조하는 마이크로 OLED가 해상도 개선에 유리하다. 구동층 내 구동회로 집적도를 기존 유리 기판 위에 박막트랜지스터(TFT) 공정으로 만드는 OLED보다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마이크로 OLED인 '올레도스'(OLEDos)를 공개하는 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 공정 경험과 기술력이 부족한 만큼 실리콘을 기반으로 하는 구동층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LG디스플레이가 SK하이닉스와 손잡고 마이크로 OLED 공동 개발에 뛰어든 배경이다.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인 SK하이닉스와의 협업으로 신속한 마이크로 OLED 제품을 개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이다.
VR·AR 기기 역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를 빠르게 선점할수록 시장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의 '동맹'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양사 동맹 시너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디스플레이와 SK하이닉스 협업이 가시화하면서 VR·AR 기기에 적용하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의 경쟁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일본 소니, 중국 BOE, 미국 이매진 등이 VR·AR 기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최근 VR·AR용 마이크로 OLED 기술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OLED 해상도 향상으로 기술 장벽을 해소하고 애플과 메타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는 성과를 거두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며 “TV와 스마트폰, 자동차에 이어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수요처로 VR·AR 시장이 급부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