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4조원에 달하는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가운데 반도체 등 미래전략산업 집중 육성과 연구개발(R&D) 고도화, 탄소중립 등을 위한 예산은 확대했다. 코로나19로 증가했던 일시 지출을 줄여 사회안전망 구축과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대한다. 30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2023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반도체·6G·우주…긴축 속 미래 대비 투자는 증가
올해 예산안은 반도체 초격차 확보를 위해 1조원, 핵심전략기술 집중 투자를 위해 6조원 등을 투자한다.
반도체 투자는 메모리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쓰인다. 특히 인력양성 예산에 4500억원을 배정했다. 폴리텍 반도체학과 신설에 350억원을, 반도체 특성화 대학(원)에 570억원 등이 투자된다. 60억원을 들여 반도체공동연구소도 설립한다.
차세대 반도체와 팹리스 등 반도체 관련 유망기술 R&D 지원 예산도 3900억원이 투입된다. 글로벌 K-팹리스 육성 예산은 기존 대비 3배 늘린 215억원이 책정됐다. 반도체 실증 인프라는 반도체설계 검증 인프라 구축에 140억원을 투입하는 등 총 1700억원이 투입된다.
R&D 고도화를 위한 예산은 4조9000억원에서 6조원으로 늘렸다.
특히 R&D 예산은 △반도체 △5G·6G·양자 △미래 모빌리티 △우주 △첨단바이오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7대 핵심전략기술 분야에 4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미래 모빌리티는 완전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 등을 위한 실증기반을 마련하는 데 쓰이며 통신·네트워크 6G 기술, AI기술 고도화 등에 예산을 투입한다.
미개척 도전 분야는 단기간의 성공 확률은 낮지만 기술을 선점하면 파급효과가 큰 6개 분야를 선정해 4200억원을 지원한다. 미개척 도전분야는 △핵융합 등 미래에너지 △난치병 △식량위기 등 생활안전 △로봇·AR/VR 등 일상혁신 △UAM·하이퍼루프 등 이동혁명 △우수기초연구지원 등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 혁신과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예산도 8조9000억원으로 8000억원가량 확대한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구현하기 위해 모바일 신분증, 3차원 입체주소체계 등 18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복지·의료·세금·안전 등 4개 분야에 AI 기반 분석모델을 수립해 과학적 정책결정을 뒷받침한다.
탄소중립 전환 예산은 3조900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발행을 지원하는 등 녹색금융을 3조8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
◇재정건전성 강화는 성과…경기 침체 위기 대응은 우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보다는 증가하지만 2차 추경보다는 감소한다. 긴축이 가시화된 것이다.
내년도 총수입은 올해 본예산 대비 72조4000억원(13.1%) 증가한 625조9000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증가분 중 대부분은 국세수입에서 나왔다. 앞서 정부는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에서 53조3000억원 세입경정을 실시했다. 사회보장성기금 수입 증가로 세외수입도 15조3000억원(7.3%) 증가할 전망이다.
총지출 증가율은 본예산 대비 5.2% 증가한 639조원이다. 2차 추경의 총지출 679조5000억원 대비로는 6%가 감소한 규모다.
총지출 대비 총수입 증가율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 재정수지와 국가채무비율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으로 봤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0.6%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8%포인트 개선된 -2.6%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가채무는 전년 대비 0.2%P 줄어든 49.8%를 예상했다.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한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으면 커지고 있는 경제 불확실성 앞에 방패막 없이 맞서야 한다”며 “내년 예산안은 건전 재정의 기틀을 확립해 나간다는 기조 하에 편성했다”고 밝혔다.
재정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성과는 있지만 정부의 긴축 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되면서 경제 침체 우려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정부가 긴축에 나서면 경제 침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이같은 우려에 대해 “지금은 극단적으로 물가 안정 또는 경기 활력 제고만 겨냥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좇으며 신경을 써야하고 당분간은 물가안정, 민생안정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은 재정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민간의 역동적인 힘을 가지고 해야 한다”며 “경기와 관련해서는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는 시점에 각국의 거시적인 움직임이 별도로 있을 것이고 중앙은행도 금리 (방향) 등을 적절한 시점에 고심하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