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대란'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시 번화가는 매일 밤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으로 가득하지만 택시 산업에 종사하는 기사가 계속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택시대란을 해결하려면 요금 인상을 통해 택시기사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 고용 탄력성을 확보해 공급을 늘려야 한다. 최근 해결방안으로 떠오른 택시요금과 심야 할증요율 인상, 택시리스제 도입 검토는 반길 만한 일이다.
현재 택시요금 결정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지만 소비자 저항이 거세 그동안 요금 인상이 억제됐다. 택시대란이 지속되자 지자체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요금 현실화를 위한 첫발을 뗐다.
서울시는 최근 '심야 승차난 해소를 위한 택시요금 조정계획안'을 마련했다. 중형택시 기본요금을 현행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하고 기본요금 거리, 거리요금 기준, 시간요금 등도 손본다는 구상이다. 심야 할증요율은 현행 20%에서 최대 40%까지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심야시간 차고지에 방치된 법인택시를 활용한 택시 리스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는 이번 기본요금 인상이 젊은 기사 유입을 촉진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택시기사 월급은 200만원대 초·중반 수준이다. 지자체 계획대로 인상돼도 처우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시각이다. 심야 할증요율을 높일 경우 개인택시 운행률은 개선되겠지만 법인택시 공급 감소가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근로 여건 개선을 위한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가 고심하는 택시리스제 도입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현재는 개인택시 업계의 반발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승차공유 서비스가 아닌 현행 택시제도 내에서 공급을 늘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택시리스제는 최근 몇 년 동안 큰 폭으로 증가한 법인택시 회사의 유휴 택시를 활용한다. 기사가 '투잡' '쓰리잡'으로 심야시간에 파트타임으로 운행할 수 있게 한다면 택시 공급을 늘리고 법인택시 회사 수입도 높일 수 있다. 물론 일정 수준의 자격을 갖춘 이만 참여하게 하고, 정보기술(IT)로 철저히 신원을 검증해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택시대란을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택시기사 상당수가 고령화로 인해 심야 운행을 꺼리고 은퇴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자리로서 택시기사가 갖는 가치를 높여 젊은 층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가 고민을 지속해야 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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