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ARM 대안' 오픈소스 RISC-V 생태계 조성 총력전

인텔 'ARM 대안' 오픈소스 RISC-V 생태계 조성 총력전

인텔이 개방형 반도체 설계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명령어집합 'RISC-V'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데 이어 RISC-V 기반 반도체 개발용 플랫폼도 출시했다. ARM과 엔비디아의 반도체 설계자산(IP) 소송전으로 RISC-V가 급부상한 가운데 나온 행보라 관심이 집중된다.

인텔은 최근 시스템온칩(SoC) 개발을 위한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인텔 패스파인더 포 RISC-V'를 출시했다. 개발자는 다양한 RISC-V 코어를 활용,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고 관련 SW를 개발할 수 있다. SoC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설계에 RISC-V 활용도를 높이고 각종 인텔 역량을 지원하는 것이 이 플랫폼의 강점이다.

인텔은 '종합반도체기업 (IDM) 2.0' 전략을 발표한 후 오픈소스 기반인 RISC-V 생태계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에는 RISC-V 생태계 구축에 10억달러 펀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RISC-V는 2010년 UC버클리에서 개발된 개방형 명령어 집합체(ISA)다. 누구나 RISC-V 기반 반도체 칩과 SW, IP를 설계·제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x86 기반 반도체 IP 역량을 축적해온 인텔이 개방형 반도체 IP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는 건 이례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후발주자인 인텔이 RISC-V 기반 반도체 IP 경쟁력을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운 것으로 분석한다. 인텔이 IDM 2.0을 통해 파운드리 시장 재진입에 집중하면서 삼성전자와 TSMC와 견줄 새로운 역량 확보가 시급해졌다. 인텔은 RISC-V를 앞세워 보다 많은 고객사를 확보하고 파운드리 등 IDM 2.0 실행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RISC-V를 활용하는 반도체 스타트업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통적인 반도체 IP 대안으로 RISC-V가 주목받으면서 인텔 전략이 한층 돋보이고 있다. 글로벌 1위 반도체 IP 기업인 ARM은 최근 퀄컴과 소송전을 시작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설계기업 누비아를 인수한 퀄컴이 무단으로 ARM IP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퀄컴은 ARM IP 사용권을 확보했기 때문에 계약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소송전으로 반도체 업계가 유료인 ARM IP 대신 오픈소스인 RISC-V 쪽으로 관심을 가질 공산이 크다. 인텔의 개방형 반도체 IP 생태계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팹리스업계에서도 RISC-V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RISC-V는 인텔이 장기적으로 여러 반도체 팹리스를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