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 낭보가 전해졌다. 한미약품 바이오 신약(롤론티스)이 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 신약은 한미약품이 개발해서 미국 파트너사(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다. 호중구감소증이란 백혈구 가운데 40~70%를 차지하는 호중구가 비정상적으로 줄어서 감염에 취약해지는 질환으로, 암 환자가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받을 때 부작용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항암 분야 신약이 FDA 승인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우리나라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 가운데 FDA를 통과한 건 역대 여섯 번째이고, 특히 2019년 11월에 승인된 SK바이오팜 제품 이후 3년 만에 탄생한 FDA 승인 신약이다.
승인까지 과정은 지난했다. 자진 취하, 자료 보완, 재신청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코로나19로 허가 신청 절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임상 자료 보완 등을 거쳐 지난 3월 FDA 품목허가를 재신청했고, 마침내 성과를 거뒀다.
신약은 하루아침에 개발되지 않는다. 한미약품이 미국 파트너사에 기술 이전을 한 건 10년 전인 2012년이다. 미국 현지에서의 상용화에만 10년이 걸린 것이다. 투자와 끈기가 없었다면 꿈도 꾸지 못했을 결실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10.7%로, 제조업(2.6%)의 4배에 이른다. 시장 규모가 작은 국내 환경에서 신약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건 이 같은 기업의 투자와 연구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해 횡령 등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우려가 적지 않았다. 투자·증시 등 자본 시장에서 바이오는 기피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옥석은 가려져야 하고, 기술력 있는 기업이 성장해야 산업이 발전한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더 많은 성공 사례가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