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는 학습과 추론 등 인공지능(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다. 다양한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으로 수행하고 전력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기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한계를 극복, 고성능·저전력 강점은 있지만 범용성은 CPU나 GPU보다 낮다.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전용 반도체로 빅데이터 처리와 기계학습(ML)에 적합하다. 자연어 처리, AI 음성인식, AI 로보틱스, AI 영상 분석 등 서비스에 활용된다.
AI 반도체 등장은 정보기술(IT) 판도를 바꿀 미래 기술로 AI 자체가 급부상한 결과다. IDC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총량은 175제타바이트(ZB)로 전망된다. 데이터량이 지속적으로 폭증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두뇌'가 필요해졌다. 특히 영상 분석에서 보다 빠르고 똑똑한 두뇌 수요가 커졌다. 수많은 폐쇄회로카메라(CCTV)에서 특정 영상을 분석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자동차가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도 필요해졌다. 자율주행차 경우 연산 처리 속도가 곧 안전과 직결됐기 때문에 고성능 AI 반도체가 불가결한 존재다.
금융 분야에서도 AI 반도체가 쓰인다. 데이터센터에서 처리해야할 금융 거래 건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학습을 통해 고도화할 수 있다. AI 반도체로 FDS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어 금융권에서도 AI 반도체를 주목한다.
수많은 빅테크 기업은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AI 반도체 경쟁을 전개한다. 전통적인 반도체 기업인 인텔, 퀄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구글, 아마존, 애플, 테슬라까지 가세해 자체 서비스를 위한 AI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강자인 엔비디아는 최근 AI 반도체 기업임을 자칭하는 것을 넘어 이를 활용한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에 첨단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탑재하고 강점을 가진 메모리를 AI 반도체에 최적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자체 연산 기능을 탑재한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SK텔레콤은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을 출범, 데이터센터와 방송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모빌린트, 딥엑스 등 AI 반도체 스타트업도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의 활발한 참여에 힘입어 AI 반도체 시장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AI 반도체 시장이 244억달러에서 내년 343억달러로 뛸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에는 전체 시스템 반도체 시장 31.3%를 AI 반도체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준 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직면했고 전력 효율성 구현이라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AI 반도체”라며 “AI 반도체가 있어야 사물인터넷, 증강현실(AR), 자율주행차 시대에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
권동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