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차세대 화합물반도체 기술 육성

신찬수 한국나노기술원 소자기술개발본부장
신찬수 한국나노기술원 소자기술개발본부장

최근 미-중 간 반도체 기술 패권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의 경우 현재 약 10%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까지 높인다는 기치로 중국 반도체 굴기를 위해 약 60조원 대 국가 펀드를 형성해서 강력한 정부 지원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를 견제하기 위한 핵심 반도체 장비 수출 금지 등 미국 정부의 견제정책으로 실리콘 반도체 선단 기술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산업 발전과 기술 우위 유지를 위해 약 360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재원을 투자하는 '반도체 지원법'에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하는 등 반도체 공급망의 자국 내 내재화를 위해 행정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같이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한 로직·시스템·메모리반도체 분야는 주로 실리콘 반도체가 사용되며, 경제성을 만족하기 위한 12인치 구경 기반의 대규모 실리콘 반도체 생산팹 구축과 10나노미터(㎚) 이하 미세 선폭을 가공할 수 있는 설비 구축 등이 핵심 역량이 된다. 우리나라는 삼성과 SK하이닉스라는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가 이러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화합물반도체는 두 종류 이상의 원소로 구성된 반도체로, 다양한 원소 화합물 구성을 통해 기존 실리콘 반도체의 물성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실리콘 대비 소형화 및 고효율화가 가능하다. 2025년에 430억달러 이상 시장이 전망되는 또 다른 미래 반도체 기술패권 경쟁의 장이 될 수 있는 분야이다.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대만 등 소수 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실리콘 반도체에서의 기술 열세 극복을 위해 화합물반도체인 질화갈륨(GaN)·탄화규소(SiC) 반도체 등을 제3세대 반도체로 명명하고 차세대 반도체 기술패권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고출력 및 발광 특성이 우수한 GaN 반도체는 이미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5세대(5G) 이동통신 중계기 및 국방용 레이더 등 고주파 통신 분야와 소형 IT 기기 고속·무선 충전기, 가전 및 태양전지용 인버터 등 전력 분야에 적용되고 앞으로 전기자동차 인버터·컨버터 등으로 사용 분야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 인듐갈륨비소(InGaAs) 채널을 사용하는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전자소자는 현존하는 반도체 소재 가운데 가장 빠른 전자 이동도 특성이 있어 초고속 6G 및 양자컴퓨터 적용이 예측된다.

성능이 이같이 우수한 화합물반도체 소자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와 다르게 기판 위에 다양한 화합물반도체 단결정 박막이 연속적으로 성장한 고품질 '에피웨이퍼'라는 소재가 필요하다. 이런 에피웨이퍼 소재 개발에는 길게는 수십 년에 걸친 연구개발 노하우가 요구되는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쉽게도 현재까지 국산화가 거의 돼 있지 않은 차세대반도체 핵심 기술이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런 화합물반도체 에피웨이퍼 및 이를 응용한 소자 기술 개발을 위해 앞으로 5년에 걸쳐 진행될 약 450억원 규모의 '전력, 통신, 에너지 하베스팅, 센서 분야 차세대 화합물반도체 기술개발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화합물반도체 전문 인프라인 경기 수원시 한국나노기술원에 전문적인 에피센터를 설립해 산·학·연 지원을 본격화하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패권 경쟁 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실리콘 기반 기술 투자에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재료 및 첨단 소재에 기반한 미래 화합물반도체 기술에 대한 도전을 과감히 수행해야 할 것이다.

대만의 TSMC와 WIN은 이미 세계 최대 GaN 전력용 IC 파운드리, 화합물반도체 RF IC 파운드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중국은 10조원 이상 투자를 통해 전력용 8인치 GaN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 미국 Intel은 이종 집적화를 통해 12인치 GaN-on-Si RF 및 전력 소자 기술을 지속해서 개발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다양화 및 고도화를 위한 실리콘-화합물반도체의 집적화 노력이 미래 기술의 중요성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와 같이 치열한 상황에서 화합물반도체 분야에서 실질적인 기술 축적 및 이를 통한 산업체 육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기초 연구와 더불어 목표 지향적인 연구 진행이 적극적으로 수행돼야 하며, 체계적인 산업화 전략과 국가적인 산·학·연 연계 수립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신찬수 한국나노기술원 소자기술개발본부장 chansoo.shin@kanc.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