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후 자동화, 해외 외주 확산 등으로 침체에 빠졌던 미국 제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활기를 찾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라 미국 정부와 기업이 자국 생산으로 방향키를 돌리면서 일자리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공장 일자리가 1970년대처럼 호황을 누린다'는 기사에서 미국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급증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지난 2020년 2~4월 3개월간 약 136만개 일자리가 줄었다. 반면 제조업에서는 지난달까지 약 143만개 일자리가 창출됐다. 팬데믹 이후 근로자 6만7000명이 순증했다. 2020년 6월 이후 미국 공장에서 매월 3만개 이상 일자리가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로 고용 상황이 악화됐던 업종이 더 빠른 회복세다. 전체 근로자 가운데 3분의 1 가량을 해고한 가구업계는 코로나19 이전 수준 고용 규모를 회복했다. 섬유, 제지, 컴퓨터 장비 등에서도 고용 근로자가 늘고 있다.
NYT는 팬데믹에 따른 경제 침체와 회복이 이 같은 독특한 반등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코로나19가 글로벌 공급망을 위축시키면서 일부 기업이 '자국 생산'을 선택하게 했다고 봤다. 그동안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에 따른 물류비 급등, 핵심자재 납기 연장 등을 겪으면서 완전히 다른 판단을 하게 된 셈이다.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현금 지원에 나선 것도 제조업 일자리 증가에 기여했다. 방역정책 때문에 해외여행과 외식이 어려워진 미국 소비자들이 자동차, 가구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관련 산업에 필요한 일손이 늘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활성화와 해외 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지원 정책을 대거 마련한 것도 일자리 확대에 힘을 보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전기차,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을 대상으로 미국에 생산·개발 거점을 두는 기업에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법안에 서명한 바 있다.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자국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위해 마련한 '가드레일'이다. NYT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지원 정책으로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디즈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EC) 이사는 “많은 미국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이 미국에 제조시설을 구축·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팬데믹이 공급망 중요성을 일깨웠고, 미국 정부가 자국에 대한 장기 투자를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정책 환경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