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청계천 자율주행 셔틀 플랫폼이 중국 전기차 기반으로 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자율주행 기술은 국내 기술을 적용했지만 해당 차급에 맞는 전기차 플랫폼이 없어 내린 결정이다. 완성차를 생산하지 않는 기술 기반의 미래 모빌리티 기업을 위해 국산 공용 플랫폼 개발이 시급하다.
서울시가 이달 운행을 시작하는 청계천 '전기 자율주행 전용버스(셔틀버스)'는 중국 베이징자동차가 개발하고 국내 업체가 수입·판매하는 '브이버스60' 플랫폼을 탑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용량은 106.2㎾h로, 1회 충전 시 최대 303㎞ 주행이 가능한 차량이다.
이보다 앞서 서울시는 청계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사업자로 포티투닷을 선정했다. 지난달 26일 차량을 공개하고 10월 중 정식 운행한다고 밝혔다. 포티투닷은 브이버스60 전기차 플랫폼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협업해서 디자인한 운전자·승객용 캐빈,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얹어 셔틀을 완성했다. 대형 밴을 8인승 목적기반모빌리티(PBV)로 개조했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일부 부품은 차량 인증을 통과한 제품을 사용하는 등 외부 파트너사와 협력했다”면서 “수요 응답에 최적화된 자율주행 PBV로, 차량 콘셉트와 자율주행 SW 기술은 모두 자체로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기차 플랫폼을 택한 것은 동일한 차급의 국내 전기차 플랫폼이 없기 때문이다. 포티투닷의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도 해당 차급에서는 전기차 플랫폼이 없어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 사업에 내연기관 대형 밴 '쏠라티'를 투입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보유했지만 승용차·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최적화됐다. PBV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는 오는 2025년 목표로 'eS'를 별도 개발하고 있다.
포티투닷은 8월 현대차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만큼 eS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계천 자율주행 셔틀 사업의 착수 시점을 고려하면 이번 차량 선정 과정에 현대차그룹과의 협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과 PBV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전기차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포티투닷처럼 완성차 제조사가 아닌 미래차 기술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 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는 국가·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국산 공용 플랫폼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정부는 전기차 공용 플랫폼 개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중소형 전기 트럭/버스용 전용 가변플랫폼 및 차량적용 기술개발' 과제를 발주했고, 올해 말까지 완료한다. 명신, 엠이알아이티, 대우전자부품, 캠시스 등 14개사가 참여해 전장 6m급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과제 실무작업반에 참여한 관계자는 “해당 과제는 특정 기업이 수행하지만 결과물인 전기차 플랫폼은 다른 기업도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윗단에 위치한 캐빈은 PBV에 맞춰 별도로 디자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