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2주년을 앞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분명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기존 반도체 수급난과 지배구조 개선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로 인한 위기가 더해졌다. 그동안 성장세를 이어왔던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 하락을 방어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 방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현지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으나 7월 4위, 8월 5위로 순위가 밀렸다. IRA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올해 말부터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IRA는 미국에서 최종 조립한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500달러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한다. 현대차그룹은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 등을 국내에서 전량 생산하고 있어 혜택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그룹 전기차를 지난 8월 17일 이후 계약한 소비자는 세액공제 형태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양산 시점을 기존 2025년 상반기에서 앞당길 수 있다고 보지만 현재로서는 정해진 게 없다. 대규모 공사라 건설사와 일정 조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양국 정부 간 협의를 통해 예외조항이나 유예조치가 이뤄질 수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보조금 적용을 받지 못한다면 할인 판매 등으로 점유율을 방어해야 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기술 내재화도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반도체를 비롯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을 중심으로 출고 적체가 심각하다. 향후에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도체 관련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020년 말 현대오트론 반도체 사업부문을 인수하고 내재화에 착수했지만 아직 시작 단계다. 전력 반도체를 우선 개발하고 생산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과 연관된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는 외부와 협력할 계획으로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단기간 역량 강화를 위해 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 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으로 꼽힌다.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도 이뤄져야 한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는 세 개 순환출자 구조가 존재한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그동안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줄이고 현대차,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려왔다. 가장 유력한 방법은 현대모비스로 들어가는 고리를 끊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AS사업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식,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를 각각 사업회사와 존속회사로 분할 합병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현대모비스 분할 없이 대주주가 유상증자에 현물출자로 참여해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20%는 주요 재원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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