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과 팹리스 업체의 기업공개(IPO)가 줄을 잇고 있다. 주식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지속 성장과 미래 투자를 위해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음 달까지 큐알티, 티에프이, 제이아이테크, 저스템, 엔젯, 펨트론 등 반도체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인 지람테크놀로지가 코스닥에 입성할 예정이다. 큐알티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 분석·신뢰성 평가 전문기업이란 위상을 내세웠다. 반도체와 관련 부품이 첨단화하면서 확대된 반도체 종합 분석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티에프이는 반도체 테스트 부품 전문 기업이다. 테스트 소켓, 테스트 보드, 번인 보드, 체인지오버키트(COK) 생산에 주력한다.
제이아이테크는 반도체 전구체(프리커서)를 시작으로 최근 특수가스까지 사업 영역을 넓힌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저스템과 엔젯은 각각 반도체 오염 제어를 통한 수율 개선 솔루션, 유도전기수력학(EHD) 잉크젯 솔루션을 공급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품질 관리에 필수적인 3D 정밀 측정·검사 장비를 만드는 펨트론과 통신 반도체 팹리스 전문기업 지람테크놀로지도 IPO에 뛰어들었다.
올 하반기 경기 침체로 주식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상장하더라도 높은 공모 가격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반도체 기업의 상장 강행은 시설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로 성장 도약을 위한 기틀 마련을 위해서다. 지난해와 견줘 반도체 시장도 불황이지만 차별화한 기술과 생산 능력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수 기업이 공모 자금을 활용해서 신제품 개발과 설비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전구체 매출 비중이 컸던 제이아이테크는 올해부터 특수가스 매출이 크게 늘었다. 늘어나는 시장 수요에 대응, 공모자금으로 시설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엔젯도 미세 공정이 가능한 EHD 멀티 노즐 장치 생산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한다.
전문 인력 확보도 상장 강행의 배경이다. 기업 인지도가 낮아 고급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상장을 통해 인력난을 타개한다. 김영부 큐알티 대표는 “R&D 인력을 증원하고 인프라를 확장,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에프이도 상장을 준비하면서 석·박사급 고급 인력을 동시에 채용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지난해 대비 반도체 기업의 실적 악화가 우려되지만 상장 예정 기업들의 상황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대부분 지난해 상반기 매출을 모두 달성했고, 일부는 급성장세를 보였다. 제이아이테크는 상반기 매출 315억원을 기록, 지난해 전체 매출을 뛰어넘었다. 엔젯도 상반기 매출이 115억원 규모로 지난해 전체 매출 101억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주식 시장이 여의치 않더라도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위기감도 상장 강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의 호실적이 상장 자신감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