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데이터센터 안전성 확보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그간 정부 및 민간 모두에서 표준 가이드라인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는 기업별 우수 재난 대응 사례를 공유하고, 글로벌 기준 등을 참고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일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 주재로 경기 성남시 판교 정보보호클러스터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자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참가한 KT클라우드,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LG CNS, 삼성SDS, 롯데정보통신, 하나금융티아이 등 관련 기업들은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차관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데이터센터의 안전성과 회복력을 강화해 나가고 새로운 질서를 정립하는 기회를 만들겠다”면서 “재난 상황에서도 데이터센터가 끊김없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전력, 소방 등에 대한 보호조치 기준을 구체화하고, 정기적 점검과 대비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정부 차원의 데이터센터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데이터센터연합회가 가이드라인과 관련된 연구 및 검토를 진행 중이다.
민관은 이날 전력, 소방 등 데이터센터 전반에 대한 세부 보호조치 상황을 점검하고 비상 상황 대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화재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화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주를 이뤘다. 데이터센터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데이터센터 운영 사업자의 50% 이상이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김정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계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화재 시에도 바로 배터리를 분리하거나 차단해 화재가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유사시에도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터리실과 UPS실 등을 분리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업자들은 전력 차단, 화재 등 유사시에 대비한 전력·소방설비·배터리 등의 운영·관리 현황을 공유했다. KT클라우드는 배터리 화재 등에 대응하기 위해 리튬이온 배터리 활용을 지양하고, 납축전지를 활용한 사례 등을 공유했다. LG유플러스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발전기 및 전력 인입선을 이중화하고, 네트워크에 대해서도 이중화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데이터 사업자들은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사용하고, 방화벽과 조기 화재 감시설비를 구축해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에 불연·내열성 자재를 이용하고, 내진 설계 등을 통해 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했다.
다만 여전히 재난 대응에 미흡하거나 내부 매뉴얼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데이터센터도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표준 가이드라인이 필히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와 사업자는 향후 정기 점검을 진행하고 화재 징후 조기 발견, 구역별 전원 관리 방안 등 위기 상황에 대비한 개선방안을 만드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김 정책관은 “앞으로는 훈련 프로그램도 2인 1조로 짜서 진행하고 설계도면을 기반으로 하는 등 구체적 가이드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각자의 우수 사례를 적극 공유해 가이드라인 마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