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6조70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 조사안을 제출한 탄소중립핵심기술개발사업이 80% 넘게 삭감될 위기에 처했다. 예타 사업을 평가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예타안에서 기획한 13개 업종 중 4개 업종만 지원하고 예산은 1조원 미만으로 책정했다.
26일 전자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KISTEP은 최근 탄소중립산업핵심기술사업 예타 평가 결과를 관련 기관과 산업부에 공유하고 이 같은 안을 제시했다. KISTEP은 오는 31일 열리는 회의에서 예타안을 최종 확정한다. 그 사이 사업을 검토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예산 조정 가능성이 매우 적다.
이 사업은 산업 업종별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산업부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 8년간 국비와 민자를 포함해 총 6조7290억원을 투입하는 예타안을 지난해 9월 제출했다. 탄소배출을 저감해야 하는 13개 업종별 핵심기술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세부 사업별로는 △탄소중립 중점 분야(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일반 산업 분야(비철금속, 제지, 자동차, 유리, 섬유, 조선, 전기전자, 기계) △산업공통 분야(자원순환)으로 나뉜다.
하지만 KITSTEP은 13개 업종 중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탄소중립 중점 4개 업종만 일부 예산을 지원하고 자동차, 조선, 전기전자, 기계 등 일반기계 등 다른 9개 업종은 아예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탄소중립 대응이 시급한 분야에서 탄소저감 기술만 지원하도록 했다.
산업부는 이 사업으로 철강 분야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이었는데, 예타안보다 실증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체는 자발적으로 실증 기술 개발을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 사업은 예타 심사에 1년 1개월 정도 소요되면서 사업 대응 적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증사업은 2030년부터 지원하기 때문에 여지가 있지만 일본 등에서 이미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예타 심사기간이 길고, 기술 개발을 하기에는 예산이 많이 삭감됐다”고 우려했다.
산업부는 이번 예타 사업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탄소중립 업종을 우선 과제로 지원한다. 예타에서 반영되지 않은 자동차, 조선 등 일반 업종을 취합해 예타 사업으로 만들지, 일반 기술과제로 편성할지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