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의 승진, 취임을 두고 재계에서도 '뉴 삼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의 복합위기 상황을 강력한 리더십으로 돌파, 크고 강한 기업을 넘어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어달라는 의미에서다.
◇복합위기 상황 극복할 '회장 리더십'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 이후 심각한 복합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된 가운데 정보기술(IT) 산업 패러다임 급변으로 주력 사업 불확실성이 빠르게 증폭됐다.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국가 간 '패권 경쟁' 양상이 전개되고 '자국 우선주의'까지 확산됐다. 이재용 당시 부회장까지 2020년 1월 구속되면서 위기 극복을 이끌어야 할 총수를 잃은 '리더십 공백'에 빠졌다. 인텔, TSMC 등 경쟁사들이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동안 삼성은 대규모 투자 결정 및 미래 준비가 지체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의 리더십이 주목 받는다. 이 회장이 2021년 8월부터 경영 활동을 재개한 후 삼성은 점차 활기를 되찾고 '미래 준비'에 속도를 냈다. 이 회장이 돌아온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글로벌 산업구조 개편을 선도하는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업'을 선언했다. 여기에는 향후 5년간 국내 360조원 포함, 총 450조원 투자계획도 담겼다.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해 시스템 반도체 투자도 171조원으로 확대했다. 20조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공장 투자도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다. 차세대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슈퍼컴 등 미래 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강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계획이다. 바이오를 '제2 반도체 신화'로 육성할 예정으로, 삼성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모더나 백신 조기 대량 생산에 성공하며 백신 접종률 제고를 통한 '단계적 일상회복'에 크게 기여했다.
이 회장은 '승어부(勝於父)' 선언을 통해 '크고 강한 기업' 넘어 모든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회장은 신사업 발굴을 통한 사업 확장, 준법문화 정착, 산업 생태계와의 소통 확대 및 지원, 임직원 자부심 및 국민 신뢰도를 높여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재계는 이 회장이 삼성을 '사랑받고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노력을 축적해 가는 모습에 호평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고 이건희 회장의 철학을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진지한 고뇌를 거듭하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인의 품격이 느껴진다. 이재용 회장의 '뉴 삼성' 변신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JY 글로벌 네트워크', 국가 경쟁력 기반으로
이재용 회장이 그룹 총수로서 제 자리에 올라서면서 그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재계는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과 국가의 핵심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삼성전자의 대형 5G 네트워크 장비 사업 계약이나 신규 시장 진출 과정에는 항상 'JY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전자 통신장비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통신장비 사업은 계약 규모가 크고 장기간 계약이 대부분이며, 주요 기간망으로 사회 인프라 성격을 띠고 있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인 약속이 사업 성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평판 자산'이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의 바이오 분야 네트워크가 삼성에 대한 글로벌 바이오 업계 신뢰와 평판을 높이며,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바이오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회장은 작년 11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누바 아페얀 모더나 공동 설립자 겸 이사회 의장을 만나 삼성과 모더나 간 코로나19 백신 공조, 향후 추가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 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20년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 백신 국내 조기 도입에도 기여했다.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기업인에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인 정·관계 리더까지 확장되고 있다. 외교계에서는 이 회장 네트워크를 '국가적 외교 자산'으로 평가한다. 이 회장은 글로벌 IT 기업 총수이자 민간 외교관으로서 위기 때마다 기여해 왔으며, 향후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라 정부와 자국기업 간 결속은 강화 추세지만 글로벌 기업 총수의 네트워크는 상호 호혜관계를 바탕으로 장기간 축적돼 이를 활용하면 국가 간 갈등 해결의 단초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던 2019년 이 회장이 쌓아온 신뢰에 기반한 '비즈니스 협력' 관계로 일본산 반도체 소재는 삼성전자 생산에 차질을 빚지 않을 정도로 공급될 수 있었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2030년 세계엑스포 부산 유치를 지원하기 위한 '민간 외교관'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 등을 만나 세계박람회 부산 개최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이 회장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럼프·오바마·부시 전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반 자이드 UAE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등 글로벌 리더와도 교류하고 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경영 보폭을 넓히며 세계 주요 IT 기업 경영자들과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삼성의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